# 네덜란드로..
미디역에서 아침 11시쯤 열차를 타고 네덜란드로 향했다. 아직도 플랫폼에서 열차 편명과 시간을 확인하는데 익숙치 않았다. 나중에는 열차 도사가 되었지만 이 때 까지만 해도 아직 초보였으니까.
열차 안에서 가장 신경썼던 것은 검표와 유레일패스였다. 벨기에에서는 검표가 없었는데 네덜란드로 이동 중 첫 검표를 받았다. 이후 열차 이동중 거의 매번 검표를 받았다(자고 있을 때 검표원이 오면 비몽사몽 중에 유레일패스를 꺼내서 보여줘야 했는데, 귀찮았다-_-;;)
때문에 열차를 타고 내릴 때 마다 티켓이 온전히 있나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워낙 소매치기에 대한 글을 많이 봐서. 처음에는 복대도 생각했지만 불편할 것 같아서 보조가방 속 주머니에 여권과 유레일패스 등을 넣고 다녔다. 안전했다.
암스텔담 중앙역에는 오후 2시에 도착했다. 또 다시 숙소를 찾아 헤매야 하는 난관이..숙소는 시내에서 꽤나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다. 걸어가긴 무리였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교통권을 사야 했는데 그 종류가 많아서 고민을 해야 했다. 그런데, 네덜란드에서의 일정이 길어서 1회 권 보다는 15회 권(Strippen Kaart)을 사기로 결정했다.
Strippen Kaart 15회권
구역별로 스탬프 찍는 번호가 다르니 주의하자
이후에도 계속 겪은 일이지만, 여행지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바로 교통문제 해결이다. 걸어다닐 수 있는지 여부를 파악한 후 어떤 교통티켓을 끊어야 할 지 결정한다. 일정이 짧거나 도시 규모가 작으면 대부분 걸어다녔고 가끔 싱글 티켓을 이용했다. 일정이 길거나 도시가 크면 1일권, 3일권, 5일권 등을 이용했다.
암스텔담의 그 유명한 Wok to walk 음식점. 시간대를 잘 맞춰가면 이렇게 한산한 경우도
문제는 15회권을 어디서 파느냐였다. 여기저기 둘러봐도 긴가민가해서 유모차를 끌고 가시는 젊은 어머님께 여쭤봤더니 직접 표를 파는 곳까지 데려다 주셨다. KIOSK라고 하는 간이 매점 같은 곳인데 간단한 먹거리와 잡지 등과 함께 교통티켓을 파는 곳이다. 네덜란드 말고도 독일이나 스위스 등에도 있으니 참고하자.
대부분의 버스와 트램이 깨끗하고 깔끔하다. 도시 자체도 그렇고
승차권을 구입하고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센트럴 역 앞에는 정말 많은 버스와 트램이 다녀서 자신이 원하는 버스를 찾기가 쉬우면서도 어렵다. 버스&트램 정류장이 여기 저기 많으니까 잘 찾아 헤매자!!
15회 권을 들고 버스나 트램을 탈 때에는 목적지를 미리 말해야 한다. 그러면 기사 아저씨가 15회 권에 도장을 꽝 찍어주는데, 자기가 갈 목적지가 몇 구역인지에 따라 도장을 찍는 숫자가 달라진다. 1구역에 갈 거면 1번 옆에 도장을, 3구역에 갈 거면 3번 옆에 찍어준다.
암스텔담의 상징. 운하. 베니스만큼은 아니었지만 꽤나 실생활 깊이 파고든 모습
아무튼 바람 왕창 불고 춥고 햇살 따사로운 암스텔담의 날씨를 온 몸으로 느끼며 버스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근데 정말 오래 걸리더라. 버스 타고 25분 정도 가야 했던가, 완전 관광버스투어 마냥 숙소로 가면서 온갖 관광지를 다 스쳐 지나갔다.
암스텔담의 민박집은 조용한 주택가 한 가운데에 자리잡고 있었다. 벨을 누르니 수염이 덥수룩한 수더분한 주인 아저씨께서 반겨주셨다. 2층에 가서 짐을 내리고 다시 버스를 타고 시내로 향했다.
# 시내 돌아다니기
처음에 시내 어디서 내렸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중심부 어딘가에 내려서 무작정 걸었던 기억밖에 나지 않는다. 그러다가 배가 고파서 Wok to Walk이란 곳에 가서 밥을 먹었다. 중국식 음식점인데 자기가 원하는데로 재료들을 선택해서 먹을 수 있다. 유명한 곳이니 한 번 가보자.
이 때 까지만 해도 여행 수첩에 상세하게 기록도 안해놨고 사진도 잘 안 찍어서 기억이 많이 안 난다. 그냥 시내 여기저기를 계속 정처 없이 걸었던 기억만 난다. 시립 미술관에서 레이스 광장에서 문트 광장에서 담 광장까지 헤매면서도 계속 찾아가며 걸었던 것 같다.
시내에 승용차가 없어서 그런지 굉장히 깨끗해 보였다. 암스텔담에선 꼭 트램을 타보자
암스텔담 시내에는 자동차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대신 대중교통이 잘 발달되어 있다. 사람들은 버스나 트램, 자전거 등을 더 많이 이용한다. 덕분에 시내가 무척 깨끗해 보였다. 자동차는 시내 외곽에나 가야 겨우 보인다. 특히 놀랄만큼 많은 시민들이 자전거를 애용했다.
암스텔담에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자전거도로가 일반 자동차 도로 만큼이나 잘 정비되어 있고 잘 지켜지고 있다. 일반 보행자는 자전거 도로에 함부로 발을 딛으면 안된다. 벌금이 있거나 불이익을 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은 암묵적 규칙이며, 자전거 도로에서는 라이더들이 맘껏 질주하기 때문에 보행자가 갑자기 끼어들면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가 있다.
운하와 유람선. 낮은 다리 아래를 지나가야 하기 때문에 유람선의 높이도 꽤 낮다
그런 문화적 차이 외에도 자연적 차이? 같은 것도 느꼈는데 날씨 정말 맑다가 갑자기 흐려지더니 비가 왈칵 쏟아지고, 또 그렇게 비가 쏟아지다가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맑아지는데, 이렇게 종잡을 수 없는 날씨는 처음이었다. 한국은 비가 오면 한 판 오지게 쏟아지고 그치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 곳 사람들은 비가 와도 적당히 맞고 다닌다.
또 운하의 도시답게 도시 곳곳에 운하가 지나갔는데 브뤼헤에서 봤던 것과는 또 다르게 다가왔다. 브뤼헤 운하는 도시 외곽이나 중심부만 스리슬쩍 흐르고 지나갔는데, 이 곳은 정말 눈 닿는 곳 여기 저기를 가로지르니 정말 생활 속에 운하를 끼고 산다는 느낌이랄까. 잠시 운하 옆에 앉아서 흐르는 물을 보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어르고 달래고 기타 등등 해보기도 했다. 그리고 문트 광장 주변에서 쇼핑 좀 하다가 숙소로 향했다.
# 숙소에서
오후에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슈퍼마켓 같은 곳에서 빵을 사서 저녁 7시쯤 숙소로 돌아왔다. 꽤나 일찍 돌아온 셈인데 그냥 더 볼 만한 것도 없는 것 같고 쉬고 싶었다. 빵은 저녁제공이 안되서 샀는데 다행히 상을 차려주셨다. 집주인께서 직접 만드신 파스타 였는데 양이 많아서 행복하긴 했지만 계속 먹으니 느끼해서 혼났다.
시내와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주변이 조용해서 좋았던 네덜란드 숙소
그리고 방으로 올라갔는데 첫날 체크인 할 때 예약에 문제가 생겨서 나는 주인집 아들(14살?)과 한 방을 써야 했다. 어차피 2층 침대라 같은 침대를 쓰는 건 아니었으니 별 문제될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남의 방에서 잔다는 것이 조금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 그 꼬마에게도 좀 미안했고. 그런데 의외로 꼬마는 의연하게 받아들였다. 이런 일이 종종 있기라도 한 듯이.
처음에는 좀 시크 해 보였는데 숙제를 도와주다가 친해졌다. 녀석도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계속 이 얘기 저 얘기 많이 나누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또래보다 생각도 깊고 사고방식도 좀 성숙했다. 두 살 터울의 동생은 정말 그 나이 그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던데. 아무튼 굉장히 인상 깊던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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