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급변하는 지금 시대에 잠시 바쁜 숨을 고르며 지난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곳 중의 하나는 바로 벼룩시장(flea market)인데요. 박물관 외에는 캐나다의 오래된 물품을 볼 기회가 없는 저로서는 벼룩시장에서 캐나다인의 손때 묻은 물품을 볼 수 있어 즐겨 가곤 해요. 캐나다 벼룩시장에는 어떤 물건을 파는지 구경하러 가볼까요?
벼룩시장은 오타와 다운타운에서 그리 멀지 않은 랜스다운(Lansdowne) 공원 광장에서 섰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린 데다가 바람까지 불어서 제법 쌀쌀한 기운이 도는 날이었어요.
캐나다 원주민들의 의류와 생활용품 판매대예요. 무스(엘크), 순록, 토끼의 가죽과 털로 만든 장갑과 신발부터 북미 원주민의 원뿔형 천막인 티피(Teepee)까지 다양한 물품을 있었어요.
캐나다 원주민을 인디언(Indians)이라는 부르는 않고, 퍼스트 네이션(First Nations)이라고 부르는데요. 유럽에서 온 초기 정착자들과 토착민들 간의 충돌이 많았던 미국과 달리, 캐나다 원주민은 캐나다 초기 정착자와 충돌이 거의 없었으며 현재까지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을 유지하며 캐나다 문화에 크고 많은 영향을 주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고물상을 연상케 하는 물건들이 나열되어 있었는데요.^^;; 맨 앞에 농기구처럼 보이는 물건이 궁금해 물어봤어요. 1960년대에 유행했던 트랙터 모형의 어린이 자전거(Go-Trac)였어요.
출처 : www.ebay.tv
이해를 돕기 위해 녹이 슬지 않은 신선한 상태를 보여 드립니다 .ㅎㅎ 실제 농장에서 농부가 트랙터를 사용하는 방법대로 트랙터 뒤에 왜건을 달아 물건을 싣고 다닐 수 있어요. 농장 놀이 하기에 딱 좋네요.^^
밀랍(beeswax)로 만든 양초입니다. 밀랍은 벌집을 만들기 위하여 꿀벌이 분비하는 물질을 말해요. 비즈왁스로 만든 초는 일반 양초보다 인체에 해롭지 않고, 연소 시간이 길며, 향이 풍부합니다.
코바늘로 만든 벨트와 코르사주예요. 여성의 옷에 다는 작은 꽃 장식을 보통 코싸지라고 하지만, 올바른 표현은 코르사주(corsage)입니다. 디자인이 심플하면서도 색감이 고와서 가격을 물어봤더니, 최소 15~50달러 사이였어요. 코바느질을 종종 하는 편이라서 눈여겨보니 그리 복잡하지 않은 방법으로 만든 것들인데 의외로 비싸게 팔더군요.
중고 액세서리 판매대였습니다. 중고라고 무시하면 안 될 정도로 평균 50달러(약 5만 원) 전후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었어요. 북미에서는 파티 문화가 많아서 그런지, 평소에 하기에는 용기가 필요할 만큼 꽤 화려한 액세서리가 많은 것 같아요.
중고 장식품 판매대입니다. 유리 촛대, 나무 보석함, 동물 장식품 등 종류가 다양했어요. 화살표가 가리키는 것은 paperweight로 서예에서 종이가 날아가지 않게 누르는 도구인 문진(or 서진)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거예요. 반구 안에 이미지를 넣지 않은 투명한 종이 누르개는 종이에 올렸을 때 글씨가 확대되어 보여 돋보기와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형형색색 매듭 팔찌도 판매 중이었어요.
가구와 장식품을 판매하고 있었어요.
황동으로 만든 장식이 너무 멋스러워 보여 어떤 물건이냐고 물어봤어요. 말의 허리에 다는 벨트(horse girth belt)라고 해요. 만약 물어보지 않고 샀다면, 제 허리에 매고 다닐 수도 있었겠군요!ㅋㅋ
세계 각국의 동전도 판매 중이었어요. 한자가 적힌 엽전 모양의 동전도 있어 반가움에 자세히 살펴보니 일본 동전이더라고요.
오래전에 사용한 손잡이, 경첩, 도어록 등이 있었어요. 요즘 녹슨 물품으로 장식하여 빈티지하거나 앤티크한 분위기를 내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이런 물품도 거래가 되나 봐요.
원석, 구리, 주석, 가죽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든 앤티크 액세서리도 판매 중이었습니다. 100달러(약 10만 원)가 넘는 것들이 꽤 많더라고요. 저는 앤티크보다는 순금을 더 사랑하기에, 열심히 구경만 했네요.
뜨개질로 만든 다양한 캐릭터의 손가락 인형들이에요. 자세히 살펴보니, 캐릭터의 특징을 잘 살려서 귀엽더라고요. 북미에서는 어린아이들과 놀 때 역할극 놀이를 하거나 책을 읽어 줄 때 손가락 인형을 잘 활용하는 것 같아요.
의자, 새장, 티 테이블, 화분 받침대 등 소가구들입니다. 저도 마음에 드는 것이 있어 물어보니, 7만 원 정도 하더라고요. 그 가격이면 새것을 사는 게 낫다 싶어 돌아서는 저를 보면서 아직 앤티크의 멋을 모르나 보다 싶었네요.ㅎㅎㅎ
앤티크의 절정을 보여주는 판매대였어요. 고풍스러운 멋을 내는 중고 장식품들이 진열돼 있었어요.
낚싯줄을 풀고 감는 역할을 하는 스피닝 릴(spinning reel)입니다. 벼룩시장에서 볼 수 있는 물품의 범위는 정말 넓은 것 같아요.
액세서리 판매대입니다. 파란 화살표가 가리키는 것은 남미에서 자라는 Ormosia coccinea 씨앗을 엮어 만든 팔찌로 자신에게 오는 시기를 막는다는 주술적인 의미가 있어요. 붉은 씨앗에 검은 반점이 있는 이 씨앗은 독이 있어 먹을 수는 없고, 액세서리나 장식품을 만드는 데 사용됩니다.
나무로 만든 남미 장식품들이에요. 남미 부족의 토템처럼, 주술적인 의미가 있을 것 같은 포스였네요.
다양한 표지판들도 판매를 하고 있었어요. 표지판을 액자 삼아 집에 하나 걸어두면 빈티지한 분위기가 확 살아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시험해 볼 용기는 나지 않더군요.ㅎㅎ
아래는 캐나다 농부들이 모이는 비상설 재래시장의 모습에 관한 이전 글입니다.
>>>[오타와 볼거리] - 농부들이 도심에 모였다! 캐나다 재래시장의 모습
예전에 캐나다 과학 박물관을 갔더니, 전화기 변천사를 보여주는 전시관에 제가 대학교 때 썼던 폴더형 휴대폰이 있더라고요. 이전 세대의 오래된 물건만 있을 것 같은 곳에서 내가 사용했던 물건을 보게 되니 세상의 변화가 참 빠르다는 것과 그 빠른 변화 속에서 나도 어느새 나이가 들어가는구나 싶어 조금 서글퍼졌어요. 반면, 내 딸이 커서 자신의 가족과 다니게 될 박물관과 벼룩시장에는 어떤 물건이 있을지 궁금해지기도 했네요.ㅎㅎ
그 당시 중고로 판매했으면 헐값으로 팔렸을 물품들이 많게는 몇 십 년, 적게는 십여 년이 지나는 사이 희소성으로 인하여 그 당시의 구매 가격보다 더 고가로 팔리고 있는 것을 보니 고물상이 보물 창고일 수도 있겠더라고요.ㅎㅎ 세련미와 편리한 기능은 없을지라도, 오랜 시간을 담고 있는 벼룩시장의 물품을 보면서, '시간이 돈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캐나다인은 오래된 물건에 관심이 많고, 물건을 사면 쉽게 버리지 않고 오래도록 쓰는 절약 정신이 강한 편인데다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중고 물품 거래 시장도 대중화되어 있어 앞으로도 벼룩시장의 활개는 변함없이 펼쳐질 것 같아요. 저에게는 소중한 추억을 담을 수 있는 나만의 보물상자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하루이기도 했습니다.
캐나다 벼룩시장의 모습 재밌게 보셨기를 바라며, 내게 주어진 하루를 추억의 상자에 예쁘게 담아 가는 나날이 되시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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