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교육감이 현재 시행되고 있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자격고사 형태로 바꾸자는 제안이 나와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장만채 전남도교육감은 15일 오전 전남 무안군 전남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재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자격고사 형태로 바꾸는 등 대학입학시험 제도를 재검토 해 줄 것을 이명박 정부와 교과부에 요구했다. 현직교육감이 대학입시제도와 관련해 ‘수능의 자격고사화’라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학능력고사란 이름 그대로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적격자를 선발하기 위하여 교육 과학 기술부에서 해마다 실시하는 시험’이다. 비행기 이착륙시간까지 통제해가며 전국 고 3학생과 재수생을 포함해 한 해 6~70만명이 치르는 국가적인 행사인 수학능력고사. 교육과정이 버젓이 있으면서 그것은 뒷전이 되고 일류대학에 몇 명을 입학시켰는가의 여부로 일류 고등학교를 판가름하는 대학입학제도가 수학능력고사다.
장만채 전남교육감이 주장한 ‘수능의 자격고사화’란 이제 처음 꺼낸 말이 아니다. 수학능력고사란 이름 그대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대학에 수학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시험이어야 한다. 실제로 전교조를 포함한 진보적인 교육단체에서 10여년 전부터 주장해 온 제도가 ‘수학능력고사의 자격고사화’다.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가의 여부를 가리는 ‘수학능력고사의 자격화’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여러 국가들이 이미 오래 전부터 시행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입시제도는 우여곡절의 역사다. 해방 직후(1945~53년)의 대입제도는 정부 관여 없이 대학별로 자율적인 단독시험을 치렀다. 1954년에는 대학정원의 140%를 ‘국가연합고사’로 선발한 뒤 본고사를 치렀으나, ‘연합고사+본고사’의 시험형태가 이중부담이라는 이유로 1955~61년 다시 본고사제로 바꿨다.
1962~63년에는 ‘대학입학 자격고사’, 1964~68년 다시 대학별 단독고사, 1968년에는 ‘예비고사제’가 도입되어, 예비고사 커트라인을 통과한 사람에 한해 본고사를 치를 자격이 주어졌으며, 이 제도는 1980년 ‘7․30 교육개혁’으로 본고사가 폐지될 때까지 지속되었다. 1981년에는 선발고사인 ‘학력고사’ 1994년부터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되고, 14년 만에 부활된 본고사는 학교교육 황폐화를 이유로 1996년에 폐지되었다.
이름만 바뀌었을뿐 본질적으로는 전혀 달라진게 없는 수학능력고사는 청소년들의 삶을 황폐화시키는 주범이었다. 연간 200여명이 자살하는 비참한 현실은 수학능력고사의 점수로 인생을 판가름하는 성적과 무관하지 않다. 초·중등교육을 황폐화시킬 뿐만 아니라 사교육의 주범이기도 한 대학수학능력고사제. 학교폭력을 포함한 청소년의 탈선, 가출, 자살, 비만, 등 청소년문제의 원인제공자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게 수학능력고사다. 소주점 이하 점수 몇 점으로 인생의 성패를 가리는 수학능력고사제도는 교육과정을 무력화시키고 학교를 교육하는 곳이 아니라 시험문제를 풀이하는 학원으로 바뀐 지 오래다.
교육은 뒷전이고 시험 점수로 학생들을 쇠고기 등급 매기듯 일등급에서 9등급까지 내신등급제로 나눠 진학을 위한 문제풀이 전문가를 만드는 학교.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해 학문탐구보다 상급학교진학 준비나 고시, 공무원시험 준비나 시키는 학교. 입학만 하면 성적에 관련없이 졸업을 하고, 일류대학 졸업했다는 이유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평생을 두고두고 울궈먹는 학벌사회는 인간의 삶을 옥죄는 현대판 카스트제도다.
우리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의 원인 제공자인 수학능력고사. 수능이 학벌을 만들고 그런 학벌로 기득권과 연고주의에 안주하는 사람들. 우리사회는 이들의 기득권으로 선진사회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장만채 전남도교육감의 주장처럼 ‘수학능력고사의 자격고사화’가 실현되고 학벌에 따른 문제점만 몇가지 개선된다면 우리사회는 선진사회로 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명박대통령이 공약한 ‘가난의 대물림’도 청소년들의 목력문제도 양극화에 대한 모순이며 부모의 경제력으로 사회경제적인 지위를 대물림하는 후진사회도 얼마든지 바꿔놓을 수 있는 것이다.
수학능력고사를 대학별 단독고사에서 ‘연합고사+본고사’로, ‘연합고사+본고사’에서 다시 ‘대학입학 자격고사’...로 바꾼다고 달라진 게 없다. 근본원인을 두고 이름만 바꿔 어떻게 학교가 교육다운 교육을 하기를 바랄 것인가?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모순을 바꿀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은 수학능력고사를 ‘자격고사화’부터 바꿔야 한다.
입시제도의 근본모순부터 바꾸고 학벌철폐를 임금제도의 개선을 비롯한 사회의 모순을 개혁한다면 교육으로 사회경제적인 지위를 대물림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할 리 없다. 장만채 전남교육감이 지적했듯이 “지금 우리 초‧중등 교육을 파행시키는 가장 핵은 대학입시인 수능”이다. 학교를 살리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길은 입시제 개선에서 찾아야 한다.
- 위의 이미지들은 다음 검색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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