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방법이 3만6000여가지가 있다면 믿을 사람이 있을까?
수학능력고사란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의 여부를 가리는 시험'이다. 말로는 수학할 수 있는 능력이라지만 알고 보면 이날 치른 시험 점수(소숫점 아래 몇 점까지)는 인생의 승패를 좌우한다. 그런데 이 선발 방식이 3600가지도 아닌 3만6000가지가 있다면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수학능력고사가 코앞으로 다가 왔다. 수학능력고사를 치를 수험생이 있는 가정에는 수험생이 왕이다. 부부싸움은커녕 집안에서 발자국소리까지 죽여 가며 걸어 다녀야 하는 팽팽한 긴장감이 집안 분위기를 압도한다. 수험생 자녀에게 혹시나 신경 쓰일 일이 생길까 조심, 또 조심하고 건강에 문제가 없는지 초긴장이 계속된다.
수험생이 있는 집안에는 일년 내내 초비상이 걸려 있지만 이맘때 쯤 되면 수험생 자녀의 기분을 맞추느라 숨도 쉬기 어렵다. 새벽같이 일어나 12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돌아오는 자녀를 보면 부모를 비롯한 오 가족은 죄인 아닌 죄인이 된다. 2012년 11월 8일. 비행기 이착륙시간까지 조절하는 대한민국의 최대의 행사(?)인 수능이 앞으로 석달도 채 남지 않았다.
한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수학능력고란 도대체 무엇일까? 수학능력고사는 수학능력시험 점수와 고등학교 내신 성적으로 뽑는 정시라는 방법과 학교생활기록부와 논술, 면접 등 36000여 가지의 방법으로 학생들을 뽑는 수시모집이 있다.
우리나라 종합대학은 국공립대와 사립대 등 195개 대학이 있다. 이들 대학에서 올해는 모두 37만7958명을 모집한다. 전문대학은 모두 138개 대학이 있다. 이들 전문대학에서는 올해 모두 24만7302명의 학생을 선발한다.
전국 195개 4년제 대학에서 전체학생 37만 7302명의 학생 중 24만3223명을 수시모집으로 선발(전체 수험생의 64.4%)한다. 정시는 11월 8일 시행되지만 수시모집은 이달 16일 시작된다.
전체 137개 전문대학에서는 전체 모집학생 24만 7302명 중 19만5783명을 수시모집으로 선발하게 된다. 물론 수시에 지원하는 학생들에게는 응시에 횟수에 제한이 없다. 수시에 합격한 학생은 정시에 응시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서성한이', '중경외서', '건동홍숙' 란 말이 무슨 뜻일까? ‘서성한이’란 서강대와 성균관대, 한양대와 이화여대의 머리글자다. 대학서열체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웃지못할 일이다. 수시모집이 시작될 때쯤이면 고등학교에서는 이런 말이 유행이다. 학교 성적이 우수하면 서울대와 연세대·고려대에 수시로 들어갈 수 있다는 수시모집제도란 전국의 고교별 상위 1% 안팎의 학생들을 'SKY'로 으시하는 학생 골라내기(?)가 시작된다.
서울대학은 전국의 최상위권 학생들이 지원하고, 학교별 상위 1.6~1.7등급 정도는 돼야 1단계를 통과할 수 있을 정도다. 고려대는 학교장추천전형으로 670명을 뽑는다. 이 전형의 합격자도 서울대의 지역균형선발과 특기자 전형, 연세대의 일반우수자 전형처럼 지원학생들의 등급이 각 학교별 1등급 초반에서 중반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손에 땀을 쥐고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교실에는 수시모집이 한참 지나고 나면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교실 곳곳에는 느긋하게 자동차 운전 면허증을 따기 위해 연습문제집을 꺼내놓고 앉아 있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머리는 염색을 하고 눈 화장까지 한 졸업생(?)이 앉아 있다. 물론 수능준비를 하는게 아니라 소설책을 읽고 있다. 수시합격생이다. 수업을 하느라 땀을 흘리고 있는 친구들과 선생님은 이들과는 상관없는 딴 세상 사람이다.
어디 그뿐인가? 수능을 치르기 하루 전날 전교생을 운동장에 모아 놓고 전장에 나가는 장군처럼 격려식(?)을 거행한다. 이름하여 장도식(壯途式)이다. 운동장 가운데는 수험생을 세워놓고 양쪽에 재학생이 박수를 치며 대박(?)을 기원한다. 교실외벽에는 꼭대기층에서 내려뜨린 ‘수능대박기원... 졸업생 일동’ 혹은 ‘장하다 내 아들...’하는 어머니회 일동, 어쩌고 하는 플랙카드가 걸려 있다. 기현상은 이 시간 다음에 일어난다.
박수를 받으면 교실에 들어 간 수험생들은 3년간 애지중지 하던 교과서며 참고서를 한 자루씩 둘러메고 나온다. 물론 행정실에서는 미리 고물상에 연락해 쓰레기(?)를 수거할 만반의 준비가 완료된 상태다. 산더미같이 쌓인 쓰레기(교과서며 참고서)는 고물상의 포클레인에 찢기며 어깨어지며 쓰레기차에 실려 학교를 떠난다. 교과서며 참고서를 찢어 날리는 진풍경을 연출하는 학교도 있다. 학생들이 버린 책이며 참고서란 수능이 끝나면 똑같은 쓰레기가 되고 말 지식처럼 말이다.
- 이미지 출처 : 다음 검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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