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 해 대구에서 한 중학생이 학교폭력에 견디다 못해 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학교폭력문제가 뜨거운 사회문제로 부상했다. 연간 200명의 학생들이 자살(성적을 비관해 하는 자살하는 학생 포함한 수)하고 있다. 최근 5년동안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학생 수만 무려 750명이 넘는다. 학생 자살뿐만 아니다. 2009년 한 해 동안 자살한 사람은 12,858명이다. 하루 명균 33명, 43분마다 1명이 자살하는 꼴이다.
폭력[暴力]이란 무엇인가? 국어사전에는 ‘남을 거칠고 사납게 제압할 때에 쓰는, 물리적인 수단이나 힘’이라고 정의했다. 브래테니커 백과사전은 ‘정치학적으로는 물리적 강제력 행사’, 법적으로는 ‘부당 또는 불법적인 방법에 의한 물리적 강제력의 사용’을 폭력으로, 정치학 및 사회학적으로는 ‘혁명집단에 의한 국가질서의 폭력적 정복(무장봉기)이나 폭력단에 의한 완력행사’ 등에 대해 국가가 행사하는 군대·경찰에 의한 실력행사까지를 폭력으로 정의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폭력이란 사전에서 정의한 포괄적인 수준을 능가한다. 어쩌면 현대사회에서 폭력이란 삶의 전 영역에서 일상적으로 또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학교폭력과 같이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언어나 행동으로 고통을 주는 행위’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간에 혹은 부부간에도 물리적으로 혹은 정신적인 고통을 주는 모든 행위를 폭력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으로 인한 가난과 소외 또한 폭력의 범주에서 포함되는 게 당연하다.
인도의 여성자영업노동자연합(SEWA) 조합장 엘리엔 바트는 자본주의에서 ‘가난은 그 어떤 폭력보다도 지속적으로 고통을 주는 폭력’이라고 단정했다.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선택한 가난한 이들의 자살은 자본이 행사한 가장 잔인한 폭력이라는 해석이다. 자본주의에서 자본가가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 노동자들에게 가하는 해고와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 약자가 받는 경제적인 고통 또한 다른 이름의 폭력이다.
빈부격차는 또 어떤가? 삼성전자 이건희회장의 개인 재산은 약 8조원이다. 개인재산이 1조원 이상인 사람이 무려 25명이나 된다. 1조원이 얼마나 큰 돈 인지는 서민의 머리로는 계산이 안 되지만 25명의 부자들이 가진 재산을 모두 합한다면 얼마나 될까? 하루를 벌어서 하루를 사는 사람이 있고 평생을 땅을 파서 농사지어 자식들 공부 시키고 남은 게 병고와 가난으로 사는 농민들은 이들의 탐욕에 희생을 당하는 또 다른 이름의 폭력이 아닌가?
부자를 폄하(貶下) 하자는 게 아니다. 인간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한 사람과 게으른 사람의 차이가 몇 조원이 날 수가 있는가? 이런 차가 가능하게 한 요인이 무엇일까? 자본주의 사회제도 즉 자본의 이익에 복무하는 제도가 이런 결과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능력 있는 사람, 열심히 일한 사람이 대접받는 게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권력의 부당한 행사로 희소가치의 분배 격차를 이토록 극대화시킨 것은 폭력의 다른 이름이다.
자본주의 제도가 만들어 놓은 모순, ‘부익부, 빈익빈’. 자본주의는 인간의 능력으로 도저히 불가능한 부를 특정 계급이 소유하도록 만들어 주는 마술사다. 사회란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모든 형태의 인간 집단’이다. 폭력이란 ‘강자가 약자에게 물리적 혹은 정신적 억압과 고통을 주는 것’뿐만 아니다. 사회에서 그 구성원들 중 힘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만들어 놓은 제도로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생존의 위협을 받도록 만들어 놓은 것은 것 또한 폭력이다.
자살 예기로 돌아가자. 자살이란 라틴어의 sui(자기 자신을)와 cædo(죽이다)의 두 단어의 합성어다. 그 원인이 개인적이든 사회적이든, 당사자의 자유의사에 의해 자신의 목숨을 끊는 행위는 자살로 표현한다. 자살은 분석해 놓은 자료를 보니 ‘10대들은 학업 스트레스’로 ‘20대들은 취업 스트레스’로 ‘30대들은 금전적인 스트레스’가 자살을 선택하게 만든다고 한다.
세상에 죽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아 죽음을 선택하도록 용인하는 사회는 남의 아픔을 외면하는 폭력사회다. 연간 12,858명이 자살하는 사회. 우리나라 자살률(24.8/10만 명)이 ‘OECD 국가 중 최상위다. 하루 평균 33명, 43분마다 1명이 자살하는 사회는 불의한 사회가 저지른 폭력의 희생자다. 학교폭력만 아니라 사회적 폭력을 용인하는 사회를 두고 어떻게 복지사회를 말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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