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회!
이름은 거창하지만 학부모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단체다. 학부모총회라는 게 있기 하지만 학부모의 여론 수렴이나 교육의 한주체로서 목소리는 없다. 학교의 필요에 의해 들러리가 된 학부모회... 학부모회가 교육의 한 주체로서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는 법적인 기구로서 역할을 할 수는 없을까?
현재 각급학교에서 학부모회란 단체가 있지만 법적인 기구가 아닌 임의기구다. 법적인 구속력이 없어 학교가 필요해 만든 기구다. 지금까지 ‘학부모회’하면 학부모들의 의사를 학교에 반연하는 교육의 주체가 아닌 학교의 요구를 학부모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해 왔던 단체다. 이런 학교 분위기에서 법적인 기구는 아니지만 민주적이고 자발적인 학부모가 운영되고 있는 사례가 있어 여기 소개해 보고자 한다.
대안학교의 학부모회는 다르다
자녀를 키우면서 상처받지 않은 부모가 있을까? 우리나라 청소년기를 둔 부모들은 특히 입시준비를 하고 있는 자녀를 둔 부모들은 하나같이 죄인이 된다. 공부를 하는 학생이 방해가 될까바 텔레비전도 마음대로 틀어보지 못하고 부부싸움조차 못하는 게 입시를 준비하는 울;네 가정의 현실이다.
그런데 입시를 염두에 두지 않은 학교, 아이들의 개성과 소질을 중시하고 교칙이 있지만 ‘공동체의 날’이 있어 스스로 규칙을 정하고 규칙을 위반한 학생들에게 벌칙을 부과하는 그런 학교가 있다. 경남 마산에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기숙형 공립대안학교인 태봉고등학교가 바로 그 학교다.
태봉고등학교 학부모연수회에 다녀왔다. 교사도 아니고 학부모도 아니면서 태봉고 학부모들에게 꼭 하고 싶은 얘기 있었고 그래서 학부모연수회 강사겸 모임의 특성을 배울 겸해서 다녀왔다. 학부모총회라고 열리는 모임에 가보면 미리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뻔한 얘기들이 오간다. 주제도 미리 정해져 있고 일반적인 전달 형식이다. 법적인 기구가 아닌 임의기구로서 학부모회란 소통이 있을 리 없다.
태봉고등학교에도 다른 학교처럼 학부모회가 있다. 태봉고등학교 학부모회는 학교장의 필요에 의해 들러리는 쓰는 그런 학부모회가 아니다. 자식을 학교에 맡겨뒀다는 이유로 자녀가 가지고 오는 알림장에 어쩔 수 없이 머리수만 채우고 학교에서 전달하는 소식만 듣고 오는 그런 모임은 더더구나 아니다. 태봉고등학교 학부모회는 어떻게 운영되는가?
태봉고등학교 학부모회는 학년별 지역별 학부모회가 따로 조직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학부모회는 이름은 학부모회지만 학부모회 담당 선생님이 있어 통지문까지 만들어 보내지만 태봉고등학교는 학부모들이 자발적인 모임이다. 지역별 학년별 한 달에 한번씩 모인다. 회비도 내고 참여율도 높다.
여기서 결정된 방학 때마다 열리는 학부모전체 회의에서 수렴되어 결정된다. 비록 의결권은 없지만 소통이 없는 일반 학교와는 전혀 다르다. 그밖에도 학교홈페이지에 카페가 있다. ‘길동무라는 카페로 ’같은 길을 가는 사람‘이라는 이 카페는 학부모회원만 가입해 쟁점이 되는 사안에 대해 집중 토론이 이루어진다. 학생들의 간식문제며 기숙사 문제같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 거침없는 토론이 이루어지는 살아 있는 카페다.
지역모임이나 학부모모임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참석해 본 일이 없지만 지난 9일과 10일 이틀간 운영되는 학부모모임은 찜통 여름의 열기를 무색케 했다. 고려대학교 강수돌 교수님과 제가 특강을 맡고 특강 후 전체 토론, 레크리에이션시간으로 이어지는 학부모회는 옆에서 보기만 해도 재미가 있다.
태봉고 학부모 총회를 겸한 연수는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2회에 걸쳐 1박 2일동안 계속된다. 그것도 잠간 왔다가 유명인사의 강의만 들고 바람처럼 사라지는 그런 연수가 아니라 밤을 세워가며 강의도 듣고, 토론도 하고, 불꽃 튀는 토론도 하고 게임을 통한 친선까지 도모하는 그런 학부모회가 태봉고등학교 학부모회다.
태봉고등학교 학부모회를 보면 비록 자녀들로 통해 만나기는 했지만 연령대가 비슷해 하나같이 친구가 된다. 또 한 가지 특징은 학부모회 연수에 교장선생님과 교사들도 자율적으로 참여한다. 담임이나 교장선생님이 함께 있다고 할 말 못하고 조심하는 그런 학부모들은 아니다.
모든 학교가 학부모로서 권한과 책임을 지는 민주적인 학부모회는 불가능한 일일까? 학부모회가 권한과 책임을 지는 방법은 학부모회가 법적인 기구로 바꾸는 길밖에 없다.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학교에 수요자중심의 교육을 한다면서 교사도 학부모도 법적인 모임을 허용하지 않는 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다. 학부모회가 법적인 기구로 태봉고등학교 학부모회처럼 운영도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법적인 기구로 바꿔야 한다. 그것이 무너진 학교는 살리는 첩경이기도 하다.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 김용택 지음/생각비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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