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7년만에 차려본 시아버님 생신상

제가 정말 존경하고 사랑하는 저희 아버님 생신날을 캐나다에서 함께 맞이했습니다. 8년 전에 결혼해 2달 만에 아버님 생신을 맞이해, 어머님과 동서와 함께 아버님 생신상을 차린 후, 처음 얼굴을 마주하게 된 생신날이네요. 8년 동안 3번 왕래를 했지만, 생신이 있는 달은 모두 아니었거든요. 그러고 보니 결혼하고 큰며느리가 처음 차려드리는 생신상입니다. 어머님께서 도와주시겠다고 하셨는데, 부족하더라도 제가 차려드리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준비를 시작했네요. 미국으로 여행을 다녀와 장을 보고 나니 밤 11시가 다 되었더라고요. 전날 밤에는 LA갈비만 양념에 재워놓고, 베리 젤리만 만들어놓기로 했어요. 

 

캐나다에서 7년만에 차려본 시아버님 생신상 LA갈비

아버님 생신날 LA갈비 꼭 하라고 어머님께서 말씀하셔서 준비했네요. 실은 아버님보다 어머님이 LA갈비를 정말 좋아하세요ㅎㅎ LA갈비 레시피는 아래에 있으니, 원하시는 분은 참고하시길 바라요.^^


2015/08/08 - [요리쿡 조리쿡] - 절대로 실패하지 않는 LA갈비 양념 비법 & 핏물 빼기 노하우 소개

 

캐나다에서 7년만에 차려본 시아버님 생신상 베리 젤리

로즈베리와 블루베리를 넣고 만든 젤리입니다. 디저트로 먹으려구 이것도 전날 만들어 두었어요. 원래 작은 칵테일 컵에 담아서 하면 예쁜데^^;; 마트에 갔는데 없더라고요. 집에 있는 유리컵을 활용했습니다. 젤리 만드는 방법은 아래 링크에 있으니, 원하시는 분은 참고하세요.^^


2015/08/15 - [요리쿡 조리쿡] - 5분이면 끝! 초간단 젤리 만들기로 손님 초대상 파티 분위기 UP!

  

캐나다에서 7년만에 차려본 시아버님 생신상 홈메이드 케이크크

생신 당일 요리는 케이크 만들기로 시작했습니다. 토론토에 있었으면 떡케이크를 크게 주문해서 해드리고 싶었는데, 아쉽네요. 대신 어설프지만, 케이크를 만들었습니다. 올려놓고 보니, 민망하지만, 정성으로 받으셨으리라 믿고 싶어요ㅎㅎ  

 

캐나다에서 7년만에 차려본 시아버님 생신상 잡채

잔칫날에 잡채 빠지면 섭섭해요. 저는 시금치를 넣은 잡채를 정말 좋아하는데요, 전날 마트를 세 군데나 돌았는데, 샐러드용 베이비 시금치만 있어서 못 넣었습니다. 대신 실파를 살짝 볶아서 넣었네요. 시금치를 넣은 잡채는 상하기 쉽지만, 실파는 덜 그러니 좋은 점도 있네요^^

 

캐나다에서 7년만에 차려본 시아버님 생신상 도토리묵ㅁ

어머님께서 손수 도토리를 따셔서 물에 불리고, 말리고, 다시 불리고, 말리기를 반복하신 후, 직접 갈아서 만든 도토리가루를 가져오셨어요. 어머님께 도토리묵 쑤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도토리묵도 만들어 보았네요. 도토리묵을 접시 위에 나란히 줄 세운 후 양념장을 끼얹으려고 했는데, 어머님께서 묵은 한데 모아 무쳐야 맛있다고 해서, 텃밭에서 따온 쑥갓과 어린 깻잎 넣고 무쳐 보았어요. 도토리 가루로 묵을 쑤는 방법과 요리법은 아래에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라요.^^


2015/09/12 - [요리쿡 조리쿡] - 한국에서 온 도토리가루로 도토리묵 만들기 & 도토리묵밥 도토리묵무침 황금레시피

 

캐나다에서 7년만에 차려본 시아버님 생신상 LA갈비

전날 밤에 재워놓은 LA갈비를 BBQ 그릴에 구웠습니다. 감사하게도 양념 간이 딱 맞아서, 맛있게 먹었네요. 늘 하는 요리이지만, 요리사가 아니기에 맛의 변수가 잦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이런 날, 실패한 음식을 상에 올리지 않게 되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네요^^   

 

캐나다에서 7년만에 차려본 시아버님 생신상 해물전

해물전이에요. 원래는 산적을 할까 했는데, 잡채와 재료가 겹치는 것 같아서 해산물로 전을 부쳤습니다. 텃밭의 부추를 넣고, 청양고추 넣어서 매콤하게 부쳤네요. 빨간 고추가 있었으면 보기에 더 좋았을 텐데, 요리 못 한 사람이 꼭 재료 탓합니다.ㅎㅎ

 

캐나다에서 7년만에 차려본 시아버님 생신상 연어말이

아스파라거스와 파프리카, 무순을 연어로 돌돌 말은 아스파라거스 연어말이예요. 아스파라거스를 살짝 데친 후, 마늘과 후추로 한 번 더 볶아서 사용했습니다. 초고추장 소스도 레몬 듬뿍 넣어서 만들었습니다. 아스파라거스에 대해서 궁금하시나요? 이전글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2015/06/20 - [요리쿡 조리쿡] - 채소의 왕 아스파라거스! 보관법부터 쉽게 데치는 법과 5가지 요리법 대공개!

 

캐나다에서 7년만에 차려본 시아버님 생신상 두부전

두부전이에요. 텃밭의 새싹 깻잎을 얹혀 부쳐 보았어요. 예쁘게 완성한 후, 한 김 식었다고 생각해서 랩으로 살짝 위만 덮어줬는데, 남은 열기에서 수분이 나와 겉면이 쭈글쭈글해졌네요.ㅠㅠ 이러면서 또 배우는군요^^;;;

 

캐나다에서 7년만에 차려본 시아버님 생신상 새우 오이 핑거푸드

새우모밀비빔국수를 하려고 했는데, 어머님께서 잡채 있는데 힘들게 많이 하느냐고 하지 말라고 여러 번 말씀하셔서 생략했습니다. 그래도 제일 좋은 새우를 사놓은 지라, 새우는 상에 올리고 싶더라구요. 그래서 어쩌다가 요즘 파티상 단골메뉴가 되어버린 새우 오이 핑거푸드를 또 올리게 되었네요^^;; 토마토 해물소스에 3색 파프리카와 생파슬리, 마늘가루를 넣고 양념해 소스로 활용했습니다. 

 

캐나다에서 7년만에 차려본 시아버님 생신상 호박전

호박전입니다. 빨간 고추가 있으면 더 예뻤겠지만, 오타와에서 고추 찾음 사치입니다^^;; 대신 텃밭의 쑥갓이 호박 위에 앉았습니다^^ 식목일 나무심기 로고 같기도 하구 그러네요.ㅋㅋ

 

캐나다에서 7년만에 차려본 시아버님 생신상 홍합 치즈 구이

구이용 홍합을 샀어요. 일반 홍합보다 크기가 좀 커요^^ 캐나다인들은 홍합을 잘 먹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탈리안 요리가 있다 보니, 서양마트에서 홍합은 판매하고 있어요. 예전에 제 또래 즈음해서 그 이상 되는 캐나다인 10여 명을 초대했을 때 홍합요리를 내놓은 적이 있는데, 이전에 홍합 먹어본 사람이 2명 뿐이더라구요.

암튼 전복, 소라, 맛 등 조개류를 정말 좋아하는 저로서는 홍합이 있는 것만으로 땡큐입니다^^ 파란 청양고추와 매운 고춧가루를 넣어 만든 매운 양념소스를 바르고 치즈를 얹혀서 오븐에 6분간 구웠습니다. 조리시간이 짧아서 사이드 메뉴로 딱 좋아요^^ 그릇을 음식 담기 전에 갑자기 바꾸는 바람에, 중앙에 놓을 부재료를 준비 못 해서^^;; 생뚱맞게 삶은 달걀을 올려뒀네요- - ;;

 

캐나다에서 7년만에 차려본 시아버님 생신상 조개 미역국

저희 친정엄마는 항상 맛조개를 넣고 시원한 미역국을 자주 끓이셨어요. 맛조개가 없다면, 굴 넣어 끓여주시기도 했구요. 항상 엄마가 끓여주셨던 조개 미역국에 입맛이 길들었다가, 토론토에서 아기 낳고 쇠고기 미역국을 매일 하루에 2번씩 먹었을 땐 정말 힘들더라구요. 그때는 맛조개를 구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고만 생각했거든요. 다른 조개를 넣어서 끓여 먹었으면, 쇠고기 미역국보다는 덜 느끼했었을 텐데 요령이 없었네요. 아마도 이민생활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음식재료를 찾는데 익숙지 않았나 봅니다. 어쨌든 모유 먹인다고 두 달 내내 미역국만 먹었는데, 그때 친정엄마 생각이 더 간절했어요.

 

제가 조개 미역국을 더 좋아하는 것도 있고, 오늘 메뉴에 쇠고기 요리인 LA갈비와 잡채가 있어서 조개 미역국으로 끓였습니다. 10가지 재료를 넣고 우려낸 육수의 향이 진해서, 미역과 바지락만 넣고, 굵은 소금으로 간하면 깔끔하게 맛있어요^^

 

캐나다에서 7년만에 차려본 시아버님 생신상 밑반찬

배추김치, 깍두기, 무생채, 비트무피클, 생강무채피클 이렇게 밑반찬도 담았습니다. 5가지 모두 무가 들어가는 반찬이네요^^ 오이사과무침도 준비했는데, 담을 공간이 마땅치 않아서 다음날 먹었습니다.

보라빛 비트 무피클 레시피가 궁금하시다면, 이전글을 참조하세요^^


2015/06/03 - [요리쿡 조리쿡] - 이렇게 이뻐도 돼? 초간단 < 비트 무피클 >황금 레시피

 

캐나다에서 7년만에 차려본 시아버님 생신상

낮 12시 즈음부터 시작해 7시에 드디어 파티 준비가 끝났습니다^^;; 여행이 아니었으면, 전날에 미리 두었으면 수월하게 했을 텐데, 케이크 만들고, 도토리묵까지 쑤고 그러다 보니 시간이 꽤 걸렸네요. 어쨌든 준비완료입니다.

 

캐나다에서 7년만에 차려본 시아버님 생신상 음식 메뉴

아버님 오시기 한 달 전에 사 놓은 생일 데코도 천장에 끼앙거리며 매달았습니다. 실제로 보면 바람에 360도로 천천히 계속 돌아서 참 예쁜데^^ 사진에는 그냥 하트 조각 모음이네요ㅎㅎㅎ

 

캐나다에서 7년만에 차려본 시아버님 생신상 음식 메뉴

잡채와 밑반찬 몇 가지 뺀 대부분의 음식을 아버님의 개인 접시에 음식을 담아놓고, 부모님 모시러 갔네요^^ 아버님께서 뷔페스타일의 상차림에 익숙지 않으시기도 하고, 어른이라 그러신지 근처에 놓인 것만 드시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음식을 미리 개인 접시에 담아드리거나, 개인용 반찬 그릇에 담아서 드리고 있어요.

 

캐나다에서 7년만에 차려본 시아버님 생신상 홈메이드 케이크

낮에 만든 케이크에 촛불 켜고 생신축하노래 부른 후, 베리 젤리, 과일과 함께 먹었습니다^^

 

캐나다에서 7년만에 차려본 시아버님 생신상 선물

생신 선물로 태블릿과 옷을 준비했어요. 표현을 잘 안 하셔서 어떠셨는지 자세히 모르겠지만, 마음에 드신 듯해요.^^

 

캐나다에서 7년만에 차려본 시아버님 생신 수제 카드 만들기

전날 낮에 아이와 함께 생신축하카드도 만들어 보았어요. 집에 있는 색지, 단추, 빨대, 종이머핀컵을 활용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마음이 뭉클했던 건, 아이의 축하 글귀였어요. "엄마, 무슨 말 쓸까요?"라고 묻길래, "응, 네가 할아버지께 하고 싶은 말을 써봐." 하고, 형식적인 생일메시지를 몇 마디 읊어줬어요.

 

그런데 딸이 아니래요. 그러더니 연필을 쥐고 한 문장 쓰고,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고, 또 한 문장 쓰고 합니다. 그러면서 다음에 쓸 문장을 나에게 미리 얘기해주면서, "할아버지 그러시잖아요. 우리랑 있을 때 항상 행복해하시잖아요."라면서 왜 자기가 그런 문구를 쓰고 싶었는지 이유도 설명해주더라구요.

그러면서 혹시나 글씨가 틀리거나 예뻐 보이지 않을까 싶어서, 한 글자 한 글자를 정말 정성 들여서 또박또박 쓰는 거에요. 아이가 약간의 긴장감을 가지면서 쓰고 있다는 것이 제게 느껴질 정도로요.

"오, 잘했어. 이제 충분하네."라는 말을 3번이나 거절하고, 할 말이 남아 있다면서, 줄을 메꿔나가더라구요. 

 

가슴이 찡해 오더라구요.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 얼굴을 실제보다 사진에서 더 많이 봐왔던 7살 손녀가 이제 아나 봅니다. 이웃과 친구의 사랑이 행복하고 기분 좋은 것이지만, 혈육의 내리사랑이 그것과 또 다르고, 얼마나 진한 것인지를요. 괜히 아이에게 미안해지네요. 이렇게 멀리 떨어져 살지 않았으면,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을 고스란히 받을 텐데 말이에요. 

늘 함께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한 지붕 아래에서 함께 지내는 동안 아이에게 할아버지와 할머니와의 추억을 선물하게 된 것 같아 감사가 됩니다.

 

부모님과 두어 달 함께 지내게 되면서, 저희가 이곳에서의 삶을 선택함으로써 부모님께서 마땅히 누리셔야 하는 행복의 기회를 저희를 위해 희생하시고 계시다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타지에서 생활이 외롭다고 불평할 때도 있었는데,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께서도 외로워하셨으리라 생각은 솔직히 많이 못 했거든요.

 

두어 달이 어느새 지나가고, 이제 딱 10일 남았습니다. 지난 시간을 뒤돌아보니, 벌써 이것저것 다 마음에 걸려 마음이 묵직하네요. 남은 10일 동안만이라도 후회가 덧붙여지지 않게 진한 추억들을 많이 만들어야 할 것 같네요.

 

무더위 속에서 건강 유의하시구요, 행복한 주말을 맞이하시길 바라요^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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