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로 이민 온 계기와 한국에서 오신 시부모님 맞이 차림상

캐나다에서 한국에 잠시 오게남편과 만나 결혼해서 3개월동안 시댁에서 지냈다가, 캐나다로 왔어요. 남편이 캐나다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중이어서, 졸업을 위해 1년 정도 캐나다 토론토에 머물 예정이었죠.

 

1년 후에는 졸업장을 가지고 당연히 한국으로 되돌아갈 예정으로 캐나다에서 막바지 학업을 이수하는 동안, 타국적을 가진 유학생에게 유리한 전무후무한 이민법이 새로 생겼습니다. 

 

이전에는 타국적을 가진 졸업생에게 취업비자를 1년만 준데다가, 영주권도 점수제도에 의해 까다로운 절차를 밟았어야 했기에, 유학생들이 졸업 후 취업 및 이민제도가 쉽지 않아 귀국을 많이 하는 추세했거든요. 그런데 법이 바뀐 이후 타국적을 가진 유학생이 졸업후 받을 수 있는 취업비자가 3년으로 기간이 대폭 늘어났고, 그 중 1년정도의 풀타임 경력을 갖게 되면, 영주권도 바로 신청할 수 있게 되었죠. 

 

그래서 저희는 졸업후 3개월동안만 캐나다에서 직업을 찾아보기로 했고, 남편의 전공과 관련된 회사 몇 몇 곳에 이력서를 제출했습니다. 주변의 많은 친구들이 직업을 찾지 못해 귀국한 사례를 워낙 많이 봐온터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력서를 이곳 저곳에 제출한 지 얼마 안되어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고, 구직 시작한 지 한달만에 바로 채용이 되었답니다. 저희가 오타와에 살게 된 계기가 된거죠. 그래서 저희는 영주권까지 일사천리로 순탄하게 받았고, 영주권을 받자마자, 그 이민법이 다시 조금 까다로워졌답니다.

 

"졸업 잘 하구 얼른 다시 올께요!" 하며 헤어졌는데, 계획에 없었던 캐나다의 삶이 그렇게 시작되었네요. 캐나다에 사는 년수가 더해수록 시댁 부모님과 형제들과 함께 했던 그 시간이 제게 참 소중해져 갑니다. 만약 시댁 가족과 함께 했던 3개월의 시간이 없이 바로 캐나다로 오게 되었다면, 제 마음 속의 시댁 식구들에 대해 미처 어떠한 공감대도 미처 형성하지 못한 채, 결혼제도에 의한 형식적이고 의무적인 관계로 되어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

 

3개월 짧다면 매우 짧은 시기이지만, 한 지붕 아래서 가족의 일원으로 시댁가족과 3개월이라는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의 성격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취향, 취미도 자연스레 익혀지게 될 뿐만 아니라, 이제까지 살아왔던 길들과 삶의 태도과 지향하시는 바를 하나 둘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어서 참 좋았던 것 같네요.

관계에 의해 시부모님을 이해하거나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하루 하루의 생활을 통한 시간의 공유를 통해 공감대가 형성되어졌고, 이는 심적으로 결속되어지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토론토에서 임신으로 심한 입덧을 해서 살이 심하게 빠지면서 힘들 때, 신혼초에 먹었던 시어머님의 시원한 열무김치와 짭짜름한 각종 젓갈들이 얼마나 그리웠는지.....시어머님 음식 생각에 저 혼자 우울해하다가 피식~웃음이 나오더라구요. 친정 엄마도 요리 참 잘하시는데, 그리고 그 음식을 무려 27년이나 먹었는데, 이 순간에 시어머님의 음식이 그립다니, 3개월이라는 시간을 무시할 수 없구나...하면서 남편과 시댁생활에 대한 추억을 나눴죠.

 

서로의 안부를 묻는 지인들에게 "시부모님이 오셔서 2달간 머무를 예정이에요 "하면 주위 몇 몇 분들이 걱정하시는데, 저도 걱정은 좀 되더라구요. 솔직히 몸이 아무래도 힘들겠죠. 그래도 마음은 행복합니다. 늘 큰 며느리 자리만 차지하고, 부모님께서 아프실 때도, 힘드실 때도, 좋지 않을 일을 겪으셔서 울적하실 때도 함께 해드리지 못하는 마음이 짐이 제게 늘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세 자녀 중에서 저희 남편이 장남이라고 유학도 오랜 기간 보내주셨는데도 그에 대한 보답을 하지 못해 늘 죄송스러운 마음이 있었는데, 이렇게 몰아서라도 효도할 기회가 있어 감사가 되네요. 

 

매번 부모님께 의외로 무심해서 나를 난감하게 하던 남편은 시부모님께서 머무를 방을 몇 달전부터 들락날락 하면서 신경쓰는 눈치입니다. 그러면서 그 방의 벽에 걸린 달력을 몇 달 전부터 시부모님께서 오실 6월의 달력으로 미리 바꿔놓은 걸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는데, 남편이 귀엽기도 하면서도 마음이 찡해지더라구요. 그렇게 티 나듯 안 나듯 드러난 남편의 설레임을 보니, 시부모님 오시면 더 잘해드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가도, 제가 숙제를 스스로에게 더 내주는 거 아닌가 싶어, 화들짝 놀래기도 했습니다ㅋㅋ

 

오늘 시부모님이 드디어 오셨네요. 오랜만에 뵌 시부모님 얼굴에 세월의 흔적이 느껴집니다. 지금처럼 앞으로도 항상 저희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시고, 진한 내리사랑을 주실꺼라 여겨지지만, 세월의 유효기간을 알기에 이렇게 타지에서 만날 수 있는 시간들이 무게감 있게 다가오네요. 그런 날이 더디 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바랄 뿐이죠.

 

암튼 오늘은 행복한 날, 시부모님의 Welcome to Canada 인 날입니다! 부족하지만, 시부모님 맞을 저녁상을 차렸습니다. 차릴 때 이정도면 되겠다 싶었는데, 다 먹고 나니^^;; 더 준비할껄 싶은 마음도 들긴 했지만, 앞으로 또 함께 할 시간이 많으니, 천천히 하나씩 하나씩 해드려야겠어요.

 

셋팅부터....이 순간이 요리할 때보다 제일 행복한 순간입니다ㅎㅎ하나 하나 자리를 채워나가면서, 조만간 내게 주어질 행복의 기운에 설레여지는 순간이죠. 이 순간만으로도 충분히 하루의 행복을 가진 듯해, 마술봉이 있어서, 저 그릇에 저절로 음식이 담아지면, 참 좋겠는데 말이죠ㅎㅎㅎ

 

짜잔! 마술봉 터치 완료!ㅎㅎㅎ 근데 매직의 기운이 좀 느껴졌음 하는 디너테이블인가 싶기도 하고ㅎㅎ

 

오늘의 메인디쉬는 캐네디언 포크립입니다. 캐네디언 포크립 레시피에 한국 등갈비 레시피를 약간 믹스한 퓨전식 등갈비찜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네요. 1.5kg 고기인데, 사진으로 우째 외소해보이네요^^;;

어쨌든 슬로우 쿠커에서 9시간이 있다가 나온, 부드러운 살결의 포크립 입니다.

레시피가 생각보다 쉽고, 맛도 좋아 조만간 레시피 올리겠습니다^^

 

새우가 오이위에서 블루베리를 품다?ㅋ 제가 자주 하는 오이 요리에요. 대개 간단한데, 핑거푸드로도 좋구, 파티 분위기도 나서 종종 손님초대요리로 한답니다. 오이에 홈을 파서, 토마토칠리소스를 넣구, 파프리카와 새우, 블루베리를 얹혔어요. 오이 위에 취향껏 다양한 소스나 재료를 올리면 된답니다.

 

칠면조 햄 새송이파프리카 말이입니다. 안습ㅠ 셋팅을 이렇게 해놓을줄이야ㅎㅎ 제 손으로 요리해놓고 발로 셋팅한 듯한 모습이네요. 사진찍을 때 아차, 했는데...그냥 식사 기다리실 것 같아 스킵했습니다. 칠면조 고기가 맛있다구 좋아하셔서ㅎㅎ 다행이었습니다.

 

이건 브로콜리인데요. 된장과 마요네즈 등등 넣고 버물린 거에요^^ 간단한데, 색다른 맛이랍니다. 요것두 조만간 포스팅 할께요!

 

숙주나물입니다. 콩나물 구하기는 참 힘든데, 숙주는 중국인이 많아서인지 캐나다마트에는 항시 있거든요. 그래서 깔끔하게 무쳤습니다.

 

이것두 왜 이렇게 너저분하게 - -;;; 상차려놓고 후다닥 찍은거라 어쩔 수 없네요ㅎㅎ 그래두 10가지의 채소가 들어간 겉절인데...넘 겸손한 자태이네요. - -;;

 

무가 비트를 만났을 때^^ 요런 이쁜 색깔이 나온답니다. 어제 급하게 만든건데요. 요 것두 조만간 레시피 올릴께요^^ 제 마음을 담아, 비트로 하트를 표현해봤습니다. 제 마음을 시부모님께서 눈치 채셨을까요?ㅋㅋㅋ

 

아스파라거스 버터볶음 요리입니다. 비트 하트로는 안될 것 같아, 대놓고 Love라고 썼습니다ㅋㅋㅋ

그래도 눈치 못 채실까봐, "아버님, 어머님 제 마음이에요!" 이랬더니, 좋아해주셨네요^^

 

디저트 타임! 디저트 도저히 못 드신다구 손사래 치시는데, 그래도ㅎㅎㅎ스킵하기에 아쉬워 자리를 권해드렸습니다.  

 

환영 케이크입니다. 제일 부드럽고 달콤한 케이크를 파는 곳에서 주문한 케이크에요. 이런 유치 찬란한 케이크 싫은데..딸이 할아버지, 할머니를 위해서(?) 이 것을 꼭 사야한다고 해서 그냥 의사를 존중해줬습니다. 참고로, 캐나다는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의 1980년대 스타일의 베이킹이 많습니다ㅋㅋㅋ

 

과일 모엿!ㅎㅎ 더 많은데, 시부모님께서 넘 배부르시다고 하셔서, 몇 종류만 소심하게 내놓아보았습니다.

로즈베리와 블루베리를 제일 좋아하시더라구요^^ 캐나다 수박은 3~7달러로 정말 싼데, 물맛이랑 친해요^^ 그래도 운 좋으면 한국 수박이랑 친구 먹을 수 있는 럭키한 순간도 있답니다.

 

2년만에 뵌건데...어제 뵌 것 같기도 하고, 오랜만에 뵌 것 같고 그렇네요ㅎㅎ 시부모님과 신혼 3개월 이상 가는 더 진한 추억들을 열심히 쌓아봐야겠습니다. 추억쌓기에 열중하느라 글을 쓸 짬이 날지 확언은 못하겠지만ㅎㅎ 소소하지만 저희에게 소중한 추억들을 종종 업뎃하겠습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시구요~ 옆에 늘 한결같이 있어주는 가족과 함께, 나중에 떠올려도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는 아기자기한 추억을 만들어 가는 주말이 되었음 좋겠네요^^ We're in a state of bli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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