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에 예속된 문화 누가 살기 좋은가
9월9일은 구구데이이다. 닭이 구구 운다고 해서 닭고기를 먹는 날이란다. 10월4일은 천사데이다. 어려운 사람을 돕거나 착한 일을 하는 날, 10월 31일 ‘죽은 자들의 날이다. 악령이 해를 끼치지 못하게 자신도 악령으로 변장하고 즐기는 서양의 축제인 할로윈데이다. 11월11일은 빼빼로데이로 빼빼로 먹는날, 12월14일은 허그데이로 연인끼리 서로를 안아주는 날이다.
■ 일년 내내 00데이가 없는 달이 없다.
다이어리데이, 옐로데이 & 로즈데이, 키스데이, 실버데이, 그린데이, 뮤직데이 & 포토데이, 와인데이, 오렌지데이 & 무비데이, 빼빼로 데이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블랙데이, 화이트데이, 옐로데이, 로즈데이, 허그데이... 왜 이런 데이가 생겨났을까. 눈치 빠른 독자들은 벌써 감을 잡으셨겠지만 ’00데이‘는 자본이 돈벌이로 위해 만든 날이다.
■ ‘00데이’가 왜 생겼을까
우리는 2022년 10월 29일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동 이태원로에서 153명이 사망하고 103명 부상을 당한 이태원 참사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이태원 참사는 서양 문화 할로윈 축제에서 비롯된 것임을 모르는 이가 없다. 이 축제는 유럽 및 미국 어린이들이 1년 내내 손꼽아 기다리는 날 중 하나이다. 이날 아이들은 유령이나 괴물 의상을 입은 채 집마다 초인종을 누르고 다니며 사탕과 초콜릿 등을 받아 가는, 그들만의 평범한 축제의 날이다.
00데이란 누가 지은 이름인지는 몰라도 참 깜찍하기도 하고 기발한 발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삭막한 세상에서 특히 연인들에게 추억을 만들어 주는 이런 행사야말로 사람 냄새가 나는 아이디어가 아닐까?
그런데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뭔가 수상한 낌새가 느껴진다. 초콜릿? 사탕? 짜장면? 빼빼로?...? 상업주의 냄새가 물씬 난다. 가난한 연인들의 주머니를 터는 얄팍한 상술이 괘심하기는 하지만 애교스럽고 밉지 않다. 문제는 장사꾼들의 속내다. 과장광고에 속아 멀쩡한 얼굴을 성형해 얼굴을 망치고 대인 기피증으로 평생 동안 세상을 등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가난한 노인들의 주머니를 터는 파렴치한 상인들도 있다.
■ 자본은 천사가 아니다
이익이 되는 것이라면 못하는게 없는 자본. 순진한 국민들은 자본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른다. 광고 피해 사례는 수없이 많지만 그 대표적인 사례가 포경수술이 아닐까? 목욕탕에 가보면 우리나라 남성은 포경인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학자들의 연구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남성들은 다른 나라 남성에 비해 성기가 포경이 아닌 사람이 많다고 한다. 성기가 포경이라고 문제될 게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지만 과장광고에 속아 어릴 때 일찌감치 포경수술을 해 주었기 때문이다.
스포츠의 프로화... 프로스포츠가 생긴 이유가 무엇일까. 스포츠란 여가 활동이나 경기, 체력 단련을 위하여 하는 신체 운동이다. 그런데 야구 경기장이나 축구 경기장을 가보면 관중석이 경기장보다 훨씬 더 넓은 이유는 스포츠가 순수한 스포츠로서의 구실을 하기보다 돈벌이의 수단으로 전락됐기 때문이다. 이름 그대로 ‘프로 스포츠가 아닌가.
스포츠만 뿐만 아니다. TV를 켜면 뉴스 시간 외에 가장 많은 시간을 잠식하고 있는 프그램이 건강관련 프로그램이다. 유명의사들이 등장해 국민건강을 위해 참 좋은 정보를 제공해 주는구나 하고 한참 듣고 있으면 나중에는 약 선전이다. 나이들어 아프지 않은 곳이 없는 노인들은 의사들의 말을 들으면 마치 의사들은 천사 같다. 의사들의 하는 말을 들으면 세상 천지에 못고칠병이 없고 낫지 않을 약이 없다. 정말 그럴까. 순진한 노일들은 집집마다 가보면 식사시간에 한웅큼씩 약을 먹는다. 알고 보면 천사가 아니라 약을 팔아먹는 천사의 가면을 쓴 아픈 사람을 주머니를 훔쳐 가는 날강도들이다.
■ 독일에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광고수업
‘▲광고의 목적 ▲다양한 광고의 형태 ▲광고가 개인의 감정과 행위에 미치는 영향 ▲광고에 대한 판단과 활용...’ 독일의 초등학교 학생들이 배우고 있는 광고교육이다. 독일에서는 ‘어떻게 하면 광고에 속지 않고 소비할 수 있을까’, ‘아동·청소년 시기’는 물론 ‘학생들은 자라서 미래 소비의 주역’이 된 후에도 ‘소비 형태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어릴 때부터 광고를 판단할 수 있는 눈을 열어주고 광고의 진실을 알기 위해...’ 학교에서 광고교육을 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김나지움 7학년(중학교 1학년과정)의 경우 한 학년의 수업량의 3분의 1에 해당되는 한 달 반 동안을 광고에 대해 공부를 한다고 한다. 독일교육이야기의 저자 무터킨더 박성숙씨가 쓴 「‘광고에 안 속기’ 광고 수업」이라는 글에 나오는 얘기다. 독일은 광고의 피해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해야겠다는 교육자적인 교육철학이 초등학교 1학년부터 광고에 대한 수업을 시키고 있다. 유모차를 타고 다니는 어린이에서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광고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되어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 자본의 올가미 광고의 유혹이나 상업주의의 마술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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