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라진 100원을 찾습니다. -
세 사람의 나그네가 밤늦게 여인숙을 찾았습니다, 이 여인숙의 하룻밤 숙박비는 3000원이어서 이들 한 사람이 1000원씩 냈습니다. 너무 늦게 도착한 이들은 이 여인숙에서 마지막 남은 제일 나쁜 방에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숙박비 3000원을 받고 아무래도 미안한 생각이 든 주인은 심부름하는 아이를 시켜 500원을 손님에게 되돌려주게 했습니다. 방값을 깎아 준 것입니다.
■ 심부름 하는 아이가 슬쩍한 돈은...?
하지만 심부름 하는 아이가 ‘손님이 셋인데 500원을 깎아주면 똑같이 나누기 힘들잖아’하면서 200원은 자기가 슬쩍하고 300원만 돌려주었습니다. 나그네들은 주인의 착한 마음씨를 칭찬하면서 100원씩 나누어 가졌습니다. 처음에 1000원씩 내고 나중에 100원씩 돌려 받았으니 나그네들은 한 사람당 900원씩 숙박비를 부담한 꼴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900원씩 셋을 합치면 2700원이고 거기에 중간에서 심부름 하는 아이가 슬쩍한 200원을 합치도 900원밖에 되질 않습니다. 그러면 처음의 3000원에서 100원은 어디로 갔을까요? 이 문제에 나오는 숫자 3000, 2900, 2700, 500, 300, 200은 무엇을 뜻할까요? 3000과 2700, 200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 철학 이렇게 시작하면 재미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1994년에 김교빈, 이현구가 쓴 《동양철학 에세이 –동녁 출판사-》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이 문제의 답은 무엇일까요? 나그네들이 낸 돈을 모두 합치면 2700원이고, 거기에 중간에서 심부름 하는 아이가 슬쩍한 200원을 합쳐도 2900원밖에 되지 않았지요? 그래서 처음의 3000원에서 100원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하지만 다시 잘 행각해 보면 나그네들이 낸 돈은 모두 2700원이고 주인이 2500원을 가졌고 심부름꾼이 200원을 가졌으니 아무런 착오도 없었던 것입니다. 100원이 사라진 것처럼 보일뿐, 사실 이 퀴즈는 문제가 될 수 없는 것입니다.
이제 정리해 볼까요? 2023학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 만점자가 3명이 나왔습니다, 국어 134점, 수학 145점, 화학Ⅰ 175점, 생명과학Ⅱ 71점이었습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경북 포항제철고 최수혁(18)군은 총점 422점, 강남구 대치동 시대인재 학원에서 공부한 황모(19)군은 421점을 받았습니다. 수능이 끝나면 언론이 난립니다. 누가 수능점수를 몇 점, 어느 학교가 SKY에 몇 명 입학시켰는가를 두고 말입니다. 시험 문재 풀이 기술자를 만드는 학교. SKY 입학한 학생들은 인성도 만점일까요?
우리는 수(數를) 매일 만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매일 쓰는 수(數)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부모들은 아이를 초등학교 입학을 시켜놓고 받아쓰기 100점을 받아오면 “아이고 내 새끼~ ”하며 좋아합니다. 100점은 좋은 것이고 99점은 얼마나 부족한 점수일까요? 앞의 이야기 사례에서 보듯이 숫자란 수를 나타내는 데 사용되는 기호일뿐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100원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수능에서 만점은 425점입니다. 425점을 받은 응시자와 424점을 받은 학생은 천재이고 400점을 받은 학생은 B급, 300점 받은 학생은 C급.... 으로 서열을 매기는 것은 공정할까요?
■ 좋은 것을 누가 무서워하겠소
디오게네스의 명성이 자자하여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디오게네스를 찾아간 일이 있었습니다. 그는 양지바른 곳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알렉산드로스 : "짐은 알렉산드로스, 대왕이오."
디오게네스 : "나로 말하자면 디오게네스, 개다." 알렉산드로스 : "그대는 내가 무섭지 않은가?" 디오게네스 : "당신은 뭐지? 좋은 것? 아님 나쁜 것?" 알렉산드로스 : "물론 좋은 것이지." 디오게네스 : "누가 좋은 것을 무서워하겠소?"
이에 알렉산드로스가 "무엇이든지 바라는 걸 나에게 말해 보라"고 하자, 디오게네스는 "햇빛을 가리지 말아주시오"라고 대답했습니다. 무엄한 저 자를 당장 처형해야 한다고 부하들이 나서자 알렉산드로스는 그들을 저지하며 말했습니다. "짐이 만약 알렉산드로스가 아니었다면, 디오게네스가 되고 싶었을 것이다.”
욕망의 눈으로 보는 세상과 무욕(無欲)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다름니다. 우리는 지금 탐욕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그 기준으로 사람을, 세상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지식이 많다고 무조건 지성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외모가 뛰어난 사람을 미인이라고는 하지만 훌륭한 사람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지혜는 없고 지식만 많은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세상, 욕망을 채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세상에서 사람답게 사는 길을 어떻게 살면 될까요. 철학은 이렇게 사작하면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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