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전대통령의 서거로 나라 안이 온통 추모분위기로 들떠 있다. 만약 전두환이나 노태우 전 대통령이 죽어도 이런 분위기일까? 사람이 ‘어떤 생각과 행동 그리고 실천을 하고 사느냐?’에 따라 역사에 기록돼 두고두고 후손들에게 존경을 받을 수도 있고 반대로 비웃음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기면서도 자신의 신념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 온 삶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시민을 학살하고 주권을 도둑질한 사람은 같은 인생을 살았다고 말할 수 없다.
김대중전대통령은 대통령이라는 직분 때문에 존경을 받는 게 아니다. 아버지로서 혹은 남편으로서 김대중은 보통 아버지와 남편보다 점수를 매긴다면 낙제점수를 받기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보다 큰일을 위해 작은 것을 포기할 줄 아는 용기와 지혜가 있었기에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추앙을 받고 있는 것이다. 김대중전대통령의 삶을 보면서 오직 일류대학을 위해, 좋은 직장을 얻어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청소년들은 과연 어떻게 살아야할 지 생각해 보자.
귀한 그릇에는 쓰레기를 담아 두지 않는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마음속에는 자만심과 허영심 그리고 이기심으로 가득 채워 둔다면 소중한 존재가 되겠는가? 이걸 보면 이게 좋고 저걸 보면 저게 좋은 갈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 옳은 것인지 틀린 것인지,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구별을 못하는 사람.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 허영심에 들 떠 자신의 신념이나 양심과 바꾸는 사람. 나의 이익을 위해 남에게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을 서슴지 않는 사람....
나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존재다. 귀한 존재로 태어 난 나를 귀한 존재로 살아갈 수 없도록 만드는 요인들이 있다. ‘어버이의 사랑은 하늘 같아서...’라는 노래 가사도 있지만 자칫 부모의 근시안적인 사랑이 ‘마마보이’로 만들기도 한다. 스스로 자아를 발견하도록 가르친 선조들의 자녀 교육방법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무능한 아이로 만드는 부모의 근시안적인 사랑(?)이 아이들로 하여금 자의식에 눈뜨지 못하게 하고 이기적인 존재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학교는 어떤가? 학교교육을 반교육(反敎育)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사회적인 존재로 자라야할 인간을 개인적인 존재로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지상주의 교육학자들은 경쟁을 통해 학력을 높이는 걸 교육이라고 강변한다. 경쟁지상주의 교육학자들에게 묻고 싶다. 그들이 주장하는 경쟁은 누구를 위한 경쟁이냐고...? 교육은 나를 찾는 일이며 내가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아는 자아존중감에서 시작해야 한다. 수학문제 하나 잘 못 푼다고 열등의식과 자포자기의 좌절감을 갖도록 하는 게 어떻게 교육인가?
사회는 어떤가? 교육을 학교에서만 한다는 건 새빨간 거짓이다. 오늘날 언론은 교사의 영향력을 능가한다. 언론이라는 외피를 쓴 일부 사이비 언론은 책무를 포기한 지 오래다. 얼짱이 어떻고 몸짱이 어떻고.. 하는 방송을 보면 언론매체라는 이름이 부끄럽다. 사람의 가치를 돈으로 또는 사회적 지위로 한 줄 세우고 그게 마치 진리라도 되는 양 가치전도를 하는 언론은 언론이 아니라 장사꿈이다. 언론뿐만 아니다. 사춘기의 아이들에게 성적 호기심을 충동질해 돈벌이를 상업주의 문화. 거룩하게 문화라는 이름으로 호도하는 영상매체들....
자본주의에서 자신을 사랑하고 지킨다는 건 지난(至難)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가족도 민족도 선조들이 일궈내 소중한 문화유산도 소중하게 생각할 줄 모른다. 자포자기한 사람에게는 민족문화도 역사의식도 민주의식도 무용지물이다. 나를 지키는 일. 학문도 기술도 자아존중감에서 출발해야 한다. 나를 가꾸고 다듬는 일. 그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지금부터 알아보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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