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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소백' 박민아 대표의 감각적인 작업실을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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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NEW KOREAN

 

‘가장 한국적인 것’은 대체 어떤 것일까? 가장 한국적인 게 날것 그대로도 정말 세계적일 수 있을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소백의 디렉터이자 ‘네오코리안’의 리더인 박민아 대표는 가장 한국적인 게 세계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서서히 증명해 보이고 있다. 2023년을 살아가는 한국인의 DNA를 가장 모던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박민아 대표의 작업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눈 대화

 

editor 조진혁(freelancer)
photographer 임한수

 

INTERVIEW WITH

Q: ‘소백’이라는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디렉터로서 직접 소개 부탁한다.

소백은 한국적 미니멀리즘을 근간으로 한국인의 의식주를 미학적으로 표현하는 브랜드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분류돼 있긴 하지만, 장기적으론 입을 것과 먹을 것 등 의식주의 다양한 부분을 통일된 미학 기준으로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

Q: 소백이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건 아무래도 친환경 티슈 덕분이다. 어쩌다가 티슈를 제작하게 됐나?

소비자들도 처음엔 소백이 휴지 브랜드인 줄 알았다더라.(웃음) 어느 날 친언니와 단색화 작가님의 전시회에 갔는데, 거기서 언니네 집에 걸려 있는 것과 똑같은 작품이 눈에 띄었다. 그런데 언니네 집 작품 밑에 시중에서 파는 갑 티슈를 놓으니 갤러리에 걸려 있는 것과 너무 다른 느낌이더라. 그때 ‘왜 갑 티슈는 다 이런 디자인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걸 계기로 내가 직접 디자인한 갑 티슈를 만들게 됐고, 언니와 함께 ‘이제 우리 브랜드를 해보자’고 의기투합해 만든 것이 소백이다.

Q: 소백산을 품은 경북 영주에서 나고 자랐다고 들었다. 서울로 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미대 입시 준비를 위해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서울에 올라왔다. 홍대 합격률이 제일 높은 학원에 보내달라고 엄마, 아빠를 설득하기 위해 프레젠테이션까지 했었 다.(웃음) 서울에 올라와서 고시원도 알아보고, 학원 등록도 혼자 알아서 다 했는데, 입시 준비를 다시 하라고 해도 할 수 있을 만큼 정말 재미있게 보낸 시간이다. 학원엔 서울 부잣집 애들과 나처럼 독기를 품고 온, 각 지방에서 1등 하던 애들, 이렇게 두 부류가 있었는데(웃음), 매일 5시간 안에 그림을 완성하며 경쟁하는 게 너무 재미 있었고, 그때 친구들은 지금까지도 친하게 지낼 만큼 돈독하다. 그렇게 학창 시절엔 스트레스가 전혀 없었는데,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번아웃이 올 때마다 영주에서의 어린 시절이 그리워지더라. 결국 소백(So_back)이라는 이름도 소백산이 있는 그 곳, 자연으로 돌아가고픈 마음을 담아 지은 것이다.

 

가을에 새로 선보이는 소백의 트렌치코트.

 

Q: 소백에서는 한국적 예술과 공예를, ‘네오바이소백’이라는 브랜드에선 의류를 선보이고 있으며, ‘네오코리안’이라는 크루들을 모아 한국 전통을 모던하게 표현하는 젊은 작가들을 대중에게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네오바이소백은 의식주에서 소백의 ‘의’를 표현하는 브랜드다. 소백 제품 수출을 위해 프랑스 미팅에 갈 때 입고 갈 옷이 마땅치 않아 소백스러운 옷을 제작해 입고 간 게 그 시작이었다. 청와대에서 18년간 테일러로 일하신 분을 찾아 제작했는데, 파리에 가서도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어느 디자이너의 옷인지 물어볼 만큼 반응이 좋았다. 네오코리안 크루들을 모으게 된 계기는 간단하다. 원래 다다이즘이나 인상주의도 같은 뜻을 지닌 작가들이 삼삼오오 모여 시작함으로써 역사의 일부분이 된 것 아닌가? 그런 크루들이 모이면 시너지가 생길 것 같아 소백과 같은 결을 지닌 친구들을 분야별로 찾아 연락했고, 모두 흔쾌히 수락해 여기까지 오게 됐다.

Q: 영업력이 굉장하다.(웃음) 어떤 말로 설득했는지 궁금하다.

인상주의에 대해 얘기하면서 “우리가 모여 있기만 해도 시너지가 날 테니 무조건 모여야 된다”고 설득했다. 이번에 페이크 매거진, 나인앤드라는 비주얼 아트 에이전시 등이 더해진 네오코리안 2기가 시작된다. 조만간 100명의 아티스트들을 모아 네오 코리안을 공식적으로 알리고, 멤버십 카드도 만들려고 한다. 마침 9월 21일에 문래동에 있는 전시 공간에서 세미나와 네트워킹 파티를 할 예정으로 젠틀몬스터의 공간 디렉터, 프리즈Frieze의 아시아 총괄 디렉터 등을 세미나 연사로 초청한 상태다.

Q: 프리랜서로 제품 디자인이나 브랜딩을 하면서 자기 브랜드를 운영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프로젝트가 많다. 서울시와 협력하는 프로젝트도 있고, 조병수 건축 연구소와 연계해 디렉팅하는 일도 진행 중이다. 뷰티 브랜드와의 협업을 비롯해 여러 가지 다른 카테고리의 브랜딩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소백이라는 브랜드를 운영하는 일만큼은 일로 여겨지지 않는다. 남의 브랜드를 디자인해 주고 돈을 버는 게 일이지. 돈은 다른 곳에서 벌고, 그 돈을 소백을 운영하는 데 다 쓰니까 이건 취미 생활이라고 할 수 있겠다.(웃음)

Q: BTS 멤버 RM의 집이 방송에 나왔을 때 화면에 비친 소백의 달항아리 쿠션도 유명하다.

RM님 덕분에 소백이 많이 알려져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웃음) RM은 특히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모으고 계신다 들었는데, 그분이 우리 네오코리안의 리더가 돼주셨으면 좋겠다.(웃음)

 

대형 이젤 앞에 놓인 작품과 함께

 

Q: 원래 재택근무를 하다가 소백을 시작하면서 여기 이 작업실을 얻었다고 들었다.

작년 10월에 이 공간을 마련했는데, 다 이유가 있다. 전엔 집에서 소화할 수 있는 정도의 물량만 생산했는데, 네오바이소백으로 옷을 만들게 되면서 물류 창고가 필요 했던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물류 창고에선 한 달에 1천 피스 정도의 생산량만 받아주었고, 내가 직출고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 작업실을 마련한 덕분에 큰 작품이나 페인팅 작업도 거뜬히 해낼 수 있게 됐다. 특히 소백과 네오코리안을 대중에게 더 많이 알릴 수 있게 된 지난 12월의 홈페이블데코페어 전시에 필요한 작품들은 다 여기서 제작한 것들이다.

Q: 어떤 점에 신경 써서 공간을 세팅했는지 궁금하다.

딱히 인테리어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눈에 보이는 건 전부 집에 있던 물건들로, 그중에서도 필요한 것들만 가져다 놓았다. 소파 커버도 옷을 만들다 남은 천을 직접 미싱으로 만든 것이다. 이 병풍은 용인에 사는 어떤 아저씨한테 당근마켓으로 구입한 것인데, 한지를 다 다시 붙이고 리폼해 전시 공간에 설치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병풍이 인기가 정말 많아 여러 곳에서 전시 제안이 들어왔다. 옛날엔 보따리장수에게 물건을 사고 팔았다면, 요즘 한국인들은 당근마켓으로 물건을 산다. 네오코리안이라는 콘셉트가 ‘구’와 ‘신’의 만남인데, 이런 방식으로 구입한 전통적인 물건에 현대적 페인팅을 입혀 전시하는 것이야말로 ‘네오코리안’ 그 자체 아닌가 싶다.(웃음)

Q: 서울이 아니라 남양주의 숲세권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들었다.

숲세권을 찾아 일부러 이사 왔다. 전에 있던 리조트가 불타고 난 뒤 지은 아파트인데, 리조트 자리 한가운데에 지어서 산 위에 있으면서 아래로는 다른 아파트들이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게다가 근처 저수지로부터 운무가 깔리면서 다른 아파트들이 구름 밑에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가끔 근처 백봉산에서 놀러 온 듯한 박쥐가 창문에 매달려 있을 만큼 청정 지역이다.(웃음)

Q: 숲세권에 살면서 달라진 삶의 변화가 있다면?

서울에 살 때보다 공기도 너무 좋고, 도시와 완전히 단절된 느낌이다. 리조트 부지이다 보니 주말에 집에 가만히 앉아 산을 바라볼 때면 마치 휴양지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일상에 쉼이 생긴 것 같다.

Q: 언젠가 다시 영주에 가서 살 생각은 없나?

전혀 없다.(웃음) 하지만 영주라는 도시를 브랜딩하고 싶은 희망은 있다. 일본에 교토가 있다면, 한국에선 영주라는 도시가 생각날 수 있도록 말이다. 영주 바로 옆 안동처럼 이곳에도 문화유적지와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있는데, 아직까지 보수적인 도시라 브랜딩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아 아쉽다. 진지하지만 멋지게, 영주라는 도시를 브랜딩해보고 싶다

 

MY FAVORITE

1. 앤디 워홀 퍼즐. 엄마가 치매 예방을 위해 퍼즐을 즐겨 하신다. 나는 퍼즐 중에서도 아티스트 컬렉션만 사 모은다. 2. 로에베가 전시를 위해 디스플레이하고 남은 벽지를 우연히 선물받았다

 

3. 소백을 대중에게 알린 친환경 갑 티슈. 4. 음악 감상용이 아니라 앨범 재킷이 좋아 진열용으로 구매하는 LP들. 퍼즐과 마찬가지로 아티스트 컬래버레이션 제품만 소장한다.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윤형근 작가의 아트워크가 들어 있는 RM의 싱글 LP, 옥승철 작가의 그림이 그려진 아도이의 앨범, 다니엘 아샴과 협업한 더위켄드의 앨범.

 

5. 달항아리 명상 오브제 중 불량 제품에 레진을 덮어 스툴을 만들었다. 6. 뱅크시의 ‘풍선과 소녀’가 프린트된 베어브릭. 베어브릭 역시 아티스트 컬렉션만 모은다. 7. 이케아의 아티스트 협업 컬렉션들.

 

8. 가장 감명 깊게 읽은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소백의 아이콘이 될 만한 스토리는 다 이 책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9. RM님도 소장하고 있는 소백의 달항아리 쿠션들.

 

 

 

<더 갤러리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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