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문신 전시회
과거에 지하세계의 상징으로 인식되었던 문신이 상대적으로 타투에 익숙한 서양 문화의 영향을 받아 현재는 미모를 위한 반영구 시술 및 개성 표현을 위한 패션 액세서리로 점점 활용되고 있는데요. 캐나다에 처음 이민 왔을 때 진하고 강한 문신을 하는 사람을 보면 흠칫 놀라며 살펴보곤 했는데 문신을 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자주 마주치게 되다 보니 점점 익숙해져 가더라구요. 오늘은 여행 시 방문했던 박물관에서 열린 캐나다 타투 전시회를 통해 캐나다 문신 문화에 대해 나눔 하고자 합니다.
문신에 관한 대한민국 현행법
대한민국 의료법 87조에 따라 비의료인이 의료 행위를 하거나 전문 의약품을 사용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문신을 시술하는 장소가 병원이어도 의료 면허가 없는 비의료인이 문신 시술을 하면 적발 시 불법 의료행위로 처벌받습니다. 18, 19대 국회에서 문신사 법안이 발의되는 등 법제화 시도가 있었으나 번번이 임기 만료로 폐기되어 왔습니다. 문신사들은 전문성을 인정하는 문신사법을 제정해 문신업을 양성화하고 문신사들의 직업의 자유와 소비자의 기본권, 예술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문신에 관한 캐나다 현행법
캐나다에서는 문신 자격증을 소지한 자가 행하는 시술은 합법적이며 문신 자격증을 위한 프로그램 및 전문학교도 다양하며 자격증을 취득하기에도 쉽습니다. 그래서 캐나다는 합법적인 시술자가 많다 보니 문신을 받은 피시술자도 많은데요. 독일 여론조사기관 달리아 리서치(Dalia) 2018년 자료에 의하면, 캐나다 3명 중 1명(33%)은 타투 경험이 최소한 1회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캐나다 총리도 하는 문신
우리나라에서는 문신 시술을 한 연예인이 방송에 나올 때 모자이크 등으로 가려서 나오는데요. 현 캐나다 총리 저스틴 트뤼도(Justin Trudeau)는 운동복을 입을 때마다 어깨에 있는 큰 문신을 되려 자랑스럽게 보여주곤 해요. 총리의 문신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원주민 하이다 족(Haida)을 상징하는 큰 까마귀 모양인데요. 현 총리의 아버지인 피에르 트뤼도(Pierre Trudeau)가 총리직을 역임할 시 가족이 하이다의 명예 부족이 되었다고 해요.
피시술자의 최소 연령
캐나다에서 의료는 지방정부 소관으로, 각 주마다 문신에 대한 규정이 조금씩 다른데요. 대부분의 주에서는 문신을 받을 수 있는 최소 연령에 대한 제한이 없으나 일반적으로 성인 또는 부모 동의를 받은 10대 청소년에게 행해지고 있어요.
일시적 문신, 헤나도 인기
타투가 워낙 흔하다 보니, 일시적인 문신인 헤나(henna)의 인기도 매우 많은 편이에요. 특히, 문신 경험이 아직 없는 어린이, 청소년, 젊은 여성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그래서 각종 축제 및 이벤트 장소에서 헤나 시술 텐트를 흔히 볼 수 있어요.
브락빌 박물관 (Brockville Museum)
제가 본 타투 전시회는 온타리오주 브락빌(Brockville)에 위치한 브락빌 박물관에서 열렸는데요. 브락빌 박물관은 1981년에 설립한 이래 도시 전역의 다양한 역사 유산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타투 순회 전시회 "My Story, My Tattoo"
본래는 웰링턴 카운티 박물관 및 기록보관소의 전시로 2019년 5월 18일부터 9월 2일까지 브락빌 박물관에서 특별 전시회가 공개됐습니다. 이후 여러 박물관 등을 돌며 순회 전시를 하는 듯해요. 박물관 관계자는 "문신은 주민과 지역 사회 및 문신 현상에 대한 중요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이미지"라고 소견을 밝혔습니다.
32명의 문신과 그들의 이야기
32명의 문신 사진과 그들의 스토리를 담은 전시회였어요. 참가자는 26세에서 89세 사이이며 암 생존자부터 교사, 학생, 소방관 및 농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어요. 사진 촬영은 사진작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인 Chris Piccinetti가 담당했습니다.
소방관 "직업, 아버지, 애완견에 대한 애정"
1997년부터 소방관으로 일하고 있는 Ryan McTaggart입니다. 소방 실습을 통해 소방에 관한 애착이 생겼던 16세에 소방 헬멧을 그려 넣으며 타투를 시작했고 이후 자신의 소방 벨트, 암으로 사망한 아버지의 사인, 아버지의 죽음 당시 곁에서 함께 해준 애완견의 발자국을 추가로 그려 넣었다고 해요. 새겨 넣은 모든 문신은 자신에게 의미가 있고 기념이 된다며 해요.
화가 "정체성을 표현하는 출구"
그림, 가구 리피니싱 및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는 화가 Rebecca Thompson입니다. 전신 곳곳에 12개의 타투를 새겨 넣었는데요. 문신이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출구라고 여겨 문신을 통해 자신의 창의성, 여성스러움,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해요. 한쪽 팔에는 컬러풀한 꽃, 나비, 개구리의 이미지를, 다른 한쪽 팔에는 흑백의 꽃을 그려 대비한 점이 화가인 자신의 정체성을 대변해주는 것 같았어요.
피어서 "아름다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
피어싱과 타투잉 전문가 Joan Larsen입니다. 15세 때 처음 문신을 새겼고 27년 전부터 타투잉을 직업으로 시작했다고 해요. 타투를 받을 때는 매우 아프지만 문신이 아름다워 하게 되고, 때로는 자신이 화가 나거나 지루해질 때 통증을 통해 감정을 컨트롤한다고 적혀 있어 잠시 자학인가 통증의 미학인가 헷갈리게 하던....^^;;; 자신이 새긴 문신 중 남자친구와 커플 문신, 딸과의 추억들을 담은 문신도 있지만, 자신에게는 깊은 의미가 없는 그저 나 자신이 아름답다고 느끼게 해주는 것이라며 자신의 생각을 밝혔어요.
게이머 "극복할 수 있는 힘"
게이머 Mike Hachey입니다. 문신은 자신에게 있어서 인생 중 거칠고 힘든 시간을 이해하도록 돕고 극복할 수 있음을 상기시켜 준다고 해요. 또한, 여자친구를 상징하는 문신과 돌아가신 가족과 친척을 기념하는 문신도 가지고 있었어요.
트레이너 "새로운 시작"
개인 트레이너 Ally Nadvornik입니다. 16살에 약혼을 한 약혼자와 17살에 결혼하기로 결심했으나 파혼을 당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어요. 약혼자를 만날 당시 키 152cm, 몸무게 104kg였으나 약혼자가 자신을 떠난 후 다이어트를 결심해 68kg를 감량했으며 이후 개인 트레이너의 직업을 갖게 되었다고 해요. "아무도 과거로 돌아가 새롭게 시작할 수 없지만 누구나 지금부터 새롭게 시작할 수 있고 새로운 결말을 만들 수 있다는 글귀에 영감을 받아 문신을 하고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었다는 그녀의 스토리가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뮤지션 "자신감"
뮤지션이자 타투 아티스트 Adam Shortreed입니다. 문신은 갑옷과 같아 더 많은 자신감을 주며 자신이 수집하는 예술의 조각과도 같다고 해요.
타투 아티스트 - "추억의 상징"
타투 아티스트 Kirsty Todd입니다. 온몸 전체에 타투로 가득 차 있어 32명의 참가자 중 가장 화려한 문신이었어요. 18살에 문신을 처음 하기 시작했으며 11년 전부터 타투 아티스트로 활동했는데요. 자신의 몸에 새겨 넣은 타투는 대부분 동물들이며 각각의 동물들은 자신의 부모님의 존재와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떠올리는 상징이라고 해요.
다양한 직업 그리고 다양한 이야기
이외에도 참전 용사, 엄마, 교사, 사고 생존자, 레스토랑 오너, 암 생존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문신에 관한 다양한 스토리를 살펴볼 수 있었어요.
전세계 및 우리나라 타투의 기원
박물관 2층 벽에 타투의 역사를 표현하는 패널이 걸려 있었어요. 색감이 흐릿한 패널은 원본 조각이고 선명한 패널은 원본을 바탕으로 복원한 조각이라고 해요. 타투의 기원은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국경 근처의 산에서 발견된 5천 년 된 냉동 인간의 몸에서 57개의 타투가 새겨져 있어 5천 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것으로 보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및 조선시대에 도둑이나 노비에게 글씨를 새겨 넣는 형벌과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몸을 함부로 훼손하지 않은 것이 효도라는 유교 사상으로 인하여 타투를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이 강했는데요. 1970년대 중국과 대만을 통해 미용타투 시술이 국내에 도입돼 비위생적인 시술이 시행되자 보건복지부에서 미용타투 시술을 하지 못하도록 의료법에 귀속시켰으나 현재는 의료인이 시술할 시 허용하고 있으며 서양 문화 및 대중 스타의 영향으로 타투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의 문신에 대한 부정적인 역사와 서양에서의 문신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교차돼 새로운 전환점을 찾아가는 시점인 듯해요. 타투에 대한 경험도 관심도 없는 저였지만, 전시회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어딘가에 기록하고 싶고, 누군가를 평생 잊고 싶지 않으며, 자신을 더 아름답게 또는 더 강인하게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네요. 오늘도 행복한 추억을 쌓는 소중한 하루 보내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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