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문이 열린다! 캐나다 연례 문화 이벤트
캐나다 24개의 주요 도시에서는 일 년에 딱 1번(1~2일) 도시의 주요 랜드마크를 시민에게 무료 개방하는 이벤트를 열고 있는데요. 캐나다 공인자선단체 'Heritage Canada The National Trust'에서 시행하는 국가 연례행사로 평소에 대중에게 개방되지 않거나 입장료를 내야만 관람이 가능한 각 도시의 특이하고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축물이나 문화유산 등을 무료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되었어요.
캐나다 수도 오타와 'Doors Open'
캐나다 수도 오타와의 이벤트는 매년 6월 첫째 주 주말에 시행하며, 관공서, 공기업, 대사관, 박물관, 미술관, 종교시설, 민속촌, 양로원 등 130개 이상의 랜드마크가 시민과 관광객에게 무료로 개방합니다. 또한, 개방 장소를 오가는 셔틀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요. 저희는 매년 참석하고 있는데 올해는 날씨가 좋지 않아 두 곳만 다녀왔는데요. 그중의 하나인 '오타와 시의 정수장'에 대해서 나눔 하고자 해요. 정수장은 강이나 저수지 등에서 물을 끌어들여 깨끗하게 걸려내 수돗물로 만드는 시설입니다.
오타와 강 리뮤섬 'Lemieux Island'
오타와 정수장 두 곳 중 한 곳은 오타와 강(Ottawa River) 가운데에 위치한 르뮤 섬(Lemieux Island)에 있어요. 오타와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섬에 들어갈 수 있는데요. 다리를 건너다 뷰가 아름다워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구경했어요. 작은 바위섬 위에 갈매기 떼들이 가득 앉아 있었네요.
운영 중단된 철로 다리 'Prince of Wales Bridge'
섬에서 볼 수 있는 다리 'Prince of Wales Bridge'로, 1880년에 지어져 2005년까지 사용된 철로예요. 원래 퀘벡 주정부의 소유였으나 운송수단의 변화로 재정 문제를 맞이하게 되어 2000년대 초반에 오타와 시에서 대중교통 경로 목적으로 구입했으나 현재까지는 재정으로 인하여 활용되지 못한 채 방치된 상태입니다. 안전 상의 이유로 2016년 말에 문이 닫히기 전까지 약 10여 년 동안 아마추어 사진작가, 신혼부부, 사이클리스트, 보행자 등이 즐겨 찾던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캐나다 오타와 시의 정수장 (Lemieux Island Water Purification Plant)
캐나다 수도 오타와(Ottawa)에는 르뮤 섬 (Lemieux Island, 1935~)과 브리타니아(Britannia, 1961~) 두 곳에 정수장이 있으며 동일한 프로세스를 사용합니다. 저희가 방문한 곳은 르뮤 섬 정수장으로, 1915년에 전기 모터 구동 펌프장이 건설됐으며 1932년에 정수장이 완공됐어요. 두 곳에서 하루 2억 7,500만 리터 이상의 수돗물을 생산하여 공급하고 있습니다.
무료 나눔 이벤트
여러 건물로 이뤄져 있어 곳곳에 안내 텐트가 설치돼 있었는데요. 무료로 물통, 배지, 안내도를 나눔 하고 있었어요. 물통에는 'I Drink Tap Water'라고 적혀 있었네요. 페트병 생수 소비 가장 많은 나라 TOP 10 궁금하다면 이전 글을 참고하시길요.
다른 오픈 하우스와 마찬가지로 어린아이들을 위한 액티비티 공간도 따로 마련돼 있었어요.
정수기 사용률이 적은 북미 식문화
무료로 받은 물병으로 수돗물을 바로 맛볼 수 있었어요. 한국에서는 정부가 수돗물을 마실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국민 대부분은 정수기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북미에서는 수돗물을 별도의 필터링을 하지 않고 바로 마시는 경우가 매우 많아요. 대부분의 가정뿐만 아니라 스타벅스 등 커피점 및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물을 제공할 시 수돗물을 틀어 바로 컵에 담아 줍니다. 그만큼 수돗물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도가 높은 편인데요. 하지만 수돗물을 마실 때 주의할 점은 사람들이 먹다 버린 약물의 성분까지는 100% 거르지 못한다고 해요. 그래서 별도의 정수를 원하는 사람들은 자연 여과 방식의 브리타(Brita) 필터가 달린 물통을 사용하거나 또는 브리타 필터를 수도꼭지에 달아 사용하기도 해요. 전세계 수돗물 안전한 나라가 궁금하다면 이전 글을 참고하시길요.
1단계. 강물 끌어들이기 (Intake)
끌어들인 강물이 정수장으로 들어오는 곳이에요. 오타와 시의 수돗물은 오타와 강물을 사용하는데요. 본래 지름 1.5m 관 4개를 이용해 강물을 끌어들였다가 오타와 강물의 얼음조각으로 인하여 현재는 지름 2.5m 관 1개만 사용한다고 해요. 오타와 강물의 1% 미만을 끌어들여 처리한 후 약 100만 명의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있어요.
2단계. 심사 (Screening)
끌어들인 강물을 금속 칸막이를 통해 물고기, 나뭇가지, 나뭇잎, 잡초 등 커다란 이물질 등을 1차적으로 제거하는 곳이에요.
1932년에 건립된 역사적인 건물
3~4단계를 보기 위해 1932년에 건축한 건물로 들어섰어요. 투어를 위해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는데요. 외부는 방문처럼 생겨 'Elevator'라고 적혀있지 않았다면 모를 것 같이 지극히 평범했는데 내부는 영화 <타이타닉>에서 나왔던 엘리베이터처럼 온통 황동색에 문쪽에 아코디언처럼 접히는 창살이 달려 있어 신기했지요.
외관은 석회암, 내부는 대리석으로 지어졌어요. 곳곳에서 80년 이상의 역사가 느껴지기는 했지만, 완공 당시에는 꽤 화려했을 듯해요.
출입문 위에는 건축 당시 함께 설계된 시계와 수위 및 수량을 측정해주는 기기가 있었는데요. 1개 빼고는 현재까지도 작동된다고 해요.
3단계. 응고, 응집, 퇴적 (Coagulation, Flocculation, Sedimentation)
2단계에서 1차적으로 커다란 이물질을 제거한 물은 3단계 정수장에 모여 2차 정수가 시작되는데요. 물에 백반(alum)을 넣어 물에 함유된 깨끗하지 못한 유기물, 조류, 박테리아를 응집시켜 바닥으로 침전시키는 과정이에요. 이 과정에서 95%의 정수가 이뤄진다고 해요.
물 중에 떠다니는 미립자들이 침전되어 깨끗한 물로 바뀌는 과정을 보여주는 샘플이에요.
정수장의 수문 등을 조작하는 재래식 핸들도 그대로 보존 중이었어요. 현재는 컴퓨터로 조작해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요.
4단계. 여과 (Filtration)
4단계는 1~3단계를 통해 95% 이상 정화된 물을 모래(Angular Quartz Filter Sand)와 무연탄(Puracite Filter Anthracite)으로 된 필터를 통과시켜 미립자의 99.99%를 제거하는 과정이에요. 약 80년 전에는 여러 필터 재료가 필요했지만, 현재는 기술력의 발달로 모래와 무연탄만으로도 필터가 가능하다고 해요.
5단계. 1차 소독 (Primary Disinfection)
잔류 미생물을 제거하기 위해 염소가 첨가되는 단계입니다.
6단계. pH 수정 (pH Correction)
물의 수소 이온 농도 지수(pH)를 조정하는 단계예요. 물의 pH 조정은 수도관 및 가정용 배관을 부식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해요. 이곳에서 pH 7.2를 5.4로 변경합니다.
7단계. 2차 소독 (Secondary Disinfection)
물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국소 소독제인 클로라민(Chloramine)이 추가되는 단계입니다.
8단계. 불소화 (Fluoridation)
치아 충치 예방을 위해 불소가 첨가되는 단계입니다.
9단계. 테스트 (Testing)
수돗물이 안전한지 확인하기 위해 매년 100,000건 이상의 검사가 수행됩니다. 수질은 각 처리 단계뿐만 아니라 도시 전역의 50개 이상의 지역에서 테스트된다고 해요. 6~9단계는 특별한 장소 소개 없이 설명으로만 들을 수 있었어요.
10단계. 유통 (Distribution)
오타와 2개의 정수장에서 매일 만들어진 물은 약 2억 7,500만 리터라고 해요. 처리 과정이 끝난 수돗물은 수도관의 유통망을 통해 펌핑 되어 대략 1250km² 범위 내 거주하는 지역 고객에게 도달합니다.
깨끗한 수돗물은 3,000km 이상의 수도관을 통해 가정집에 도착하기까지 1~2일 정도 걸립니다.
소화전 (Fire hydrant)
도로 곳곳마다 설치된 소화전의 내부도 살펴볼 수 있었어요. 오타와 시의 소화전은 노란 기둥에 파란 덮개로 이뤄져 있는데요. 소화전 기준으로 양쪽으로 1.5m 이상 떨어져 주차해야 합니다. 3m 공간 내에 주차할 시 $50~70 주차 위반 티켓을 받게 돼요. 캐나다 소방교육센터 오픈하우스 및 캐나다 소방관의 날 이벤트 모습이 궁금하다면 이전 글을 참고하시길요.
1인당 물 소비량 높은 나라
사진에서 보이는 투명 큐브를 가득 채울 만큼의 물을 정화시키는 데 필요한 비용은 2달러(1,800원)라고 해요. 캐나다는 수자원이 매우 풍부한 나라로 대규모의 국토 면적에도 불구하고 물값이 싼 편인데요. 그래서인지 캐나다는 세계 최대 물 소비국 중 하나이기도 해요. 1인당 물 소비량 가장 많은 나라 TOP 20가 궁금하다면 이전 글을 참고하시길요.
섬에서 나오는 길에 다리 위에서 멈춰서 뷰를 잠시 감상했지요. 늘 집에서 사용하는 수돗물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자녀와 함께 살펴볼 수 있어 정말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환경공학을 전공한 남푠도 대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실제로 볼 수 있었다며 재미있어 하더라구요. 요즘 미세플라스틱 등으로 수질이 오염되고 우리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는데요. 주어진 공간에서 환경보호를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되짚어 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네요. 수돗물을 만드는 캐나다 정수장의 모습을 흥미롭게 보셨기를 바라며, 오늘 하루도 건강한 물 마시기로 촉촉한 하루 되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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