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이다. 그동안 어버이날은 내가 부모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날이라고만 생각했다. 그 어버이라는 주체가 나라는 생각은 아직 못해본 것이다. 전날이었던 어제도 형제들과 전화로 어떻게 어버이날을 준비할 것인지 의논하고 아내와 처가에 어떻게 할지 의논하고...
그러던 5년차 아빠에게 특별한 어버이날이 찾아왔다.
어제 퇴근 후 집에 돌아오니 밤 11시. 아내와 아이는 이미 잠들어 있고, 난 녹초가 되었지만 1시간 화상영어를 마치고서야 하루일과를 마칠 수 있었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직장인의 삶은 고단하고 고되다. 컴퓨터 앞에 앉아 두어 시간을 더 보내니 새벽이 훌쩍 넘어갔다. 쓰러지듯 침대에 몸을 누이고서야 육체적인 휴식을 얻었다.
"제가 거서 곡 호도... 할게요... 아빠 고맙..습..니다"
피곤에 지친 나의 단잠을 깨운건 다섯 살난 딸아이의 목소리였다. 순간 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글을 모르는 아이가 책읽듯이 띄엄띄엄 말했지만 그 의미는 또렷이 내 귀를 자극했다. 눈이 번쩍 뜨였다. 침대 곁에 선 아이의 두 손에 카네이션으로 수놓은 카드가 들려있었다.
"이걸 어떻게 읽었어?"
"나 읽을 줄 알어... ^^"
아이의 해맑은 미소 앞에 그 이유가 무어 중요하랴. 아마도 엄마가 연습을 시킨 모양이다. 그리고 뒤이어 전해오는 카네이션 퍼레이드...
카네이션 바구니와 가슴에 붙이도록 만든 카네이션 브러치... ㅋㅋ 앙증맞게 이쁘다. 다섯살 난 아이가 만들었을리 만무하겠지만 그래도 기분은 최고다. 마치 영양제를 먹은 듯 기운이 나는...
그리고 아빠, 배고프지 먹어라며 고사리 같은 손으로 떡을 주는 아이. "어, 왜 하나뿐이야?"
"엄마랑 다먹고 하나 남았어... ㅎㅎ"
어제 퇴근길에 언뜻 작은 상자에 떡이 담겨있는듯 했는데 다먹고 하나 남았단다. 그래도 이렇게 특별한 어버이날 선물을 잔뜩 받았는데 어찌 용서하지 않을 수 있으랴...
나이먹어 간다는 것이 서글프기도 하지만 이럴땐 정말 뿌듯함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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