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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땐 곤충, 파충류는 물론이거니와 강아지, 고양이도 무서워했다. 물론 요즘엔 "나만 없어 고양이."를 외치는 사람이 되었다.
그런 내가 요즘 반려 파충류와 함께 산다. 그것은 바로 크레스티드 게코 도마뱀.
남자 친구가 알에서부터 부화시켜서 지금까지 키우고 있는 크레가 한 마리 있었다. 그 이름은 루피타. 귀여웠지만 처음엔 조금 무서워서 다가가지 못했다. 그렇게 몇 번 만난 후 용기를 내어 손에 올려보았다. 그 뒤로 시원한 매력에 빠져버렸다. 루피타의 성격이 그런 건지 원래 크레들이 그런 건지 루피타는 매우 온순했고 아파서 그런지 얌전하고 핸들링도 어렵지 않았다. 그 뒤로 1년쯤 지난 후 크레를 잘 키우기 위해서 이런저런 정보들을 찾아보다가 유튜브에서 '두몽이네 마뱀이들'이라는 채널을 보게 되었고 자동재생의 늪에 빠지게 되는데...
작고 귀여운 생명체에 완전히 마음을 빼앗겨버렸고 그 마음을 받아줄 대상이 필요해졌다. 그래서 그길로 검색해서 집 주변에 있는 파충류샵[워터테일]에 가게 된다. 원래 입양을 바로 할 생각은 없었으나 발길이 쉬이 떨어지지 않아 결국 한 마리를 데리고 집에 오게 되었다. 그날 하늘에 구름이 너무 예뻐서 그 친구의 이름은 [구름]으로 정했다. 처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구름이는 성격이 정말.. 내가 꿈꾸던 마뱀이와는 달리 도른뱀이었다.
그로부터 약 한 달 뒤 추석 연휴를 그냥 보내기 아쉬워 다른 파충류샵에 놀러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마음을 빼앗겨 막내를 한 마리 더 입양하게 된다. 구름이 여자 친구를 만들어주기 위해 [렙틸리스 용인점]에서 얌전한 성격에 미구분으로 데려온 이 아이는 데려온 지 4일 만에 수컷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미구분이더라도 데려오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해달라고 했어야 했는데 샵에서 확인을 안 시켜준 것이 괘씸하긴 하지만 입양 전 확인해야 할 것에 대해 하나 더 배웠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데려온 날이라도 우리가 바로 성별 확인을 했더라면 좀 덜 억울했을 텐데... 정말이지 너무나 얌전한 성격과 예쁜 외모에 속아 당연히 암컷일 줄 알았다. 막내의 이름은 내 대학원 등록금으로 데려왔기 때문에 [로꿈]이로 지었다. 5.4그램의 얼굴이 손톱보다 작은 아가였다.
우리 집 첫째 루피타는 25그램으로 MBD라는 병을 앓고 있다. 발병한 지 몇 년 되었는데 더 진행되지 않도록 신경 써주고 있다. 척추도 그렇고 꼬리도 심하게 휘어 꼬리를 자절 시켜주었고 동물병원을 다니면서 치료를 잘 받아서 이제 상처가 거의 아물었다. 아침, 저녁으로 약을 주고 하루에 한 번씩 소독을 해주고 있다. 루피타는 또래들보다 천천히 자라서 아직 25그램이다. 13그램에 데려온 구름이는 이제 17그램의 어엿한 도른 청소년 마뱀이 되었고 5.4그램이었던 로꿈이는 밥도 잘 먹고 핸들링도 잘하는 7그램 예쁜 어린이 마뱀이 되었다. 내가 파충류를 만질 수 있게 되고 파충류 샵을 구경 가고 싶어 하고 도마뱀 외모에 홀려 입양을 해서 같이 살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지금은 이 애들의 여자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고, 집도 더 넓은 곳으로 옮겨서 예쁘게 꾸며주고 싶은 생각뿐이다. 우리 애들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 지냈으면 좋겠다.
이번에 충무로에 있는 카페 옥키에서 사진전을 하는데 주제가 '첫 만남'이라서 나는 우리 구름이와 로꿈이 사진을 골랐고 남자 친구는 루피타의 과거와 현재 사진을 골랐다. 우리의 첫 만남을 기념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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