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며칠 후면 새 학기가 시작되고 담임도 발표하게 된다. 누가 담임이 되는가는 학생들의 비상한 관심의 대상이다. 담임은 정담임만 있는 게 아니라 부담임도 있다. 그런데 부담임이라는 직분은 교무실 흑판에나 적혀 있을 뿐 학생들의 관심의 대상도 아니다.
학기 초 조례시간에 담임이 부담임 이름을 알려주는 것으로 끝나기도 하고 아예 학생들 중에는 부담임이 누군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부담임은 담임이 결근이나 출장을 갔을 때, 조례나 종례를 대신 해 주는 사람 정도의 역할 을 하고 있다.
오는 새 학기부터 복수담임제를 도입한다고 한다. 학교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자 교과부가 폭력근절책으로 올해부터 학생 수 30명 이상 학급의 중학교에 복수담임제를 우선 도입하고 학교 여건에 따라 시행한다면 예산지원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처음에는 중학교만 실시하고 내년에 고등학교와 초등 6학년으로 확대할 방침이었지만 초등 6학년 예산까지 반영되어 있어 학교가 원하면 초6학년도 복수담임제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복수담임제를 도입하면 학교폭력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월 11만원의 수당을 지급한다는 복수 담임제. 이러한 방침이 발표되자 학교현장에서는 학교에 한 번도 근무해 보지 않은 교육 관료들의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교과부가 도입한다는 복수 담임제는 어떻게 운영될까?
교과부가 도입하겠다는 한 교실에 두 사람의 담임교사. A담임교사는 학급운영과 생활지도를 맡고 B담임교사는 행정업무를 맡는 방식이다. 또 A담임이 전체 학급 관리를 맡고 B담임은 지도하기 어려운 일부 학생의 집중 관리나 생활지도·상담을 전담하는 방식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두 담임은 월 또는 학기 단위로 역할을 번갈아 맡을 수도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초등학교 22.5명, 중학교 19.9명, 고등학교는 16.7명이다. 이는 OECD 평균인 초등학교 16명, 중등학교 13.5명보다 훨씬 많은 숫자다. 복수담임을 운용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이 800억정도다. 담임수당을 11만원씩 지급한다면 6만명의 선생님이 복수담임을 맡게 된다. 이 880억 예산이면 복수담임 6만명 대신 1년에 3200명의 신규교사를 더 채용할 수 있는 예산이다.
예산도 문제지만 복수담임제를 도입하면 학교폭력근정에 효과가 있을지가 의문이다. 실제로 대전시교육청에서는 1999년 복수담임제를 도입, 시행했지만 1년만에 예산만 낭비하고 포기했던 실패한 정책이다. 한 교실에 두명의 담임이 맡게 되면 책임의 한계도 모호할 뿐만 아니라 지도방침이나 학생들의 선호에 따라 교사들 간에 갈등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학교에서는 주로 부담임은 이름만 올려놓는 게 담임을 도와주는 것이라는 관행이 계속되어 왔고 그것이 학교의 일반적인 정서다. 부담임이 학급경영에 간섭한다는 것은 정담임이 싫어할 뿐만 아니라 학생지도에 혼선을 빚게 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교과부는 “현재 중학교의 40%인 비담임 교사(보직교사 포함)에게 담임 역할을 부여하고 수당도 지급하는 등 제도화를 하면 책임 소재가 분명해 진다”고 하지만 업무의 영역, 책임의 한계가 불명확한 교육현장에서는 현실적으로 담임 업무를 나누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학교현장 교사들의 정서다.
방법이 없는 것일까? 교과부가 진정으로 학교폭력문제를 풀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880억 예산으로 복수담임 6만명의 담임수당을 지급하는 대신 1년에 3200명의 신규교사를 더 채용하는 게 낫다. 그러나 지금 당장 복수담임제를 꼭 시행하겠다면 한 반을 둘로 나눠 담임을 맡는 ‘소인수 담임제’를 도입하는 게 옳다.
실제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1학년을 대상으로 ‘소인수 복수담임제’를 운영하고 있는 서울 선사고의 경우 학급 학생을 절반으로 나눠 전교사가 담임을 맡는 방식으로 복수담임제를 운영하고 있다. 또 서울 청담중학교에는 ‘전교사 담임제’를 운영하고 있어 성과를 상당한 거두고 있다고 한다.
유휴교실이 부족한 도시학교의 경우 현실적인 여건이 어렵겠지만 교사들의 의견수렴으로 다른 방법을 찾는 게 순리다.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고 교과부가 복수담임제 시행을 강행한다면 폭력근절은 커녕 예산만 낭비하고 교사들 간의 갈등을 부추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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