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도 말한 적 없는 반역사적 괘변 ‘건국절’
대한민국 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ㆍ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ㆍ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이렇게 시작한다. 그런데 뉴라이트나 극우성향으로 평가받는 인물들은 "1948년 8월 15일에 대한민국이 건국됐다",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은 건국 대통령이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떠받드는 이승만 전 대통령조차 "1919년 임시정부 수립으로 대한민국이 세워졌다"고 말한 바 있다.
■ 대한민국 관보 1호에 등재된 '대한민국 30년'
오늘날 대한민국이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계승했음은 정부 수립 직후 발행된 관보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대한민국 정부에서 발행한 1948년 9월 1일자 관보 제1호에는 ‘대한민국 30년 9월 1일 수요일’로 발행일자가 인쇄되어 있다. 교육부가 내놓은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은 중·고교 과정 모두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수립일”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1948년을 대한민국 1년이 아닌 30년이라고 쓴 것은, 1948년 정부 수립 당시도 대한민국의 건국연대를 1919년으로 보고 있다는 증거다.
■ 1919년 4월 11일, 명확한 대한민국 생일
1948년을 건국 기점으로 삼게 된다면 그 앞의 일제 식민지배, 항일운동, 친일은 모두 대한민국 이전의 역사가 된다. 대한민국이 일제 식민지하에 근대화되어서 그 힘으로 1948년에 대한민국을 건국하게 되었다는, 침략사를 시혜사로 왜곡하려는 일본 우익과 친일파에게 힘을 실어주게 되기 때문이다.
건국절 논란은 지난 2008년 집권한 이명박 정권 때부터다. 이명박 정권은 자신들이 집권한 2008년을 1948년부터 계산, ‘건국 60주년’이라 하여 기념식을 대대적으로 하겠다고 발표한다. 이에 보수 우익 진영의 일부 학자들은 8월 15일을 아예 독립운동을 기리는 ‘광복절’ 대신 ‘건국절’로 기려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에 호응, 정갑윤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광복절’을 ‘건국절’로 개칭하자는 내용의 ‘국경일에 관한 법률 제정안’까지 제출한다.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의 박근혜 정부도 2015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건국 68년’이라고 언급하여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건국 원년으로 보았고, 이후 한국사 교과서에 이를 담아내기 위해 국정교과서를 만들려고 했지만,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았고, 한국사 국정교과서 출판 시도는 성공하지 못한다. 내년부터 학교 현장에서 사용할 중학교 역사 Ⅰ·Ⅱ의 경우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검정 심사를 통과한 출판사는 총 7곳, 고등학교 한국사Ⅰ·Ⅱ는 총 9곳의 출판사가 심사를 통과한 교과서에는 1948년 8월 15일은 대한민국 건국이 아닌 대한민국 정부수립일로 기술되어 있다.
■ 검정교과서를 국정으로 바꾸겠다는 것인가
초등학교 교과서는 2023년부터 국어와 도덕을 제외한 전 교과서가 중등처럼 검정교과서로 발행되고 있다. 최근 공개된 2023년 8월 15일에 발행된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디지털교과서를 살펴보면 어디에도 '자유민주주의', '공산전체주의', '건국운동'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당연히 '대한민국 임시정부', '나라를 되찾으려는 다양한 노력', '독립운동', '항일투쟁', '한국광복군' '대한민국 정부 수립',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권'이라는 용어가 나온다.
만약 윤석열 대통령이 독립운동을 건국운동이라고 하는 것이 국가의 3요소인 국민, 영토, 주권이 다 갖추어지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라면, 이는 우리가 배워온 대로 일제의 '강점'을 인정하지 않는 꼴이 되어 버린다. 해방 이후 건국동맹이나 건국준비위원회가 있었고,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도 해방 전후에 건국을 위한 준비가 있었다고 가르치지만, 제헌의회는 제헌헌법을 만들면서 1948년 8월 15일은 정확하게 ‘대한민국 정부수립일’로 분명히 하였다.
하지만 제헌헌법에서 현행 제9차 개정헌법의 전문은 여러 차례 개정되어왔다. 최초 헌법(1948.7.12)부터 4차 개정헌법까지 유지되어 오던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했다는 전문은 62년 박정희 5,16 군사쿠테타, 72년 유신헌법, 80년 전두환 시기에 ‘3.1운동의 숭고한 독립정신을 계승’으로 바뀌었다가 1987년 6.10항쟁으로 다시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으로 바뀌어 왔다. 이처럼 ‘대한민국 수립’과 관련한 논쟁은 반복되어 왔다. 건국절 논란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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