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역사를 거꾸로 돌리고 싶은가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 전 대통령. ‘조국 근대화의 기수’, 박정희 전 대통령. ‘민주화의 주역’, 김영삼 전 대통령. 이 세분의 사진을 당사 및 각 시·도당 건물에 걸기로 했습니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시절 당사에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세 전직 대통령의 사진을 걸면서 한 말이다. 부끄러움을 감추고 덮으려는 것은 지상정(人之常情)이요, 상식이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의 정서이지 대한민국 정당 그것도 집권 여당으로서는 후안무치한 작태가 아닐 수 없다.
국민의힘은 최근 당 최고위원회의를 여는 국회 본청 회의실 벽면에 걸린 전직 대통령의 액자 사진 크기를 키웠다. 국민의힘은 이 사진을 내걸면서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을 일컬어 “보수 적통을 계승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당)이 신보수주의 정당으로 거듭나겠습니다. 면면히 이어온 대한민국 보수우파의 적통을 계승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세 분의 대통령을 배출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보수 정적(保守 嫡統)’라니... 국민의힘이 보수 적통이라면 지나가던 소가 웃겠다. 보수(conservative)는 원래 '자유를 보존하는 자'라는 뜻이다. 보수는 '자유'를 지향하고, 진보는 '평등'을 지향한다. 여기서 자유는 윤석열 대통령의 자유민주주의와 같이 소수 기득권 세력들의 집권을 위해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입을 틀어막는 막가파와는 다르다.
■ 김남주 시인이 노래한 자유
김남주 시인은 자유를 이렇게 노래했다. <만인을 위해 내가 일할 때/나는 자유이다/땀 흘려 힘껏 일하지 않고서야/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만인을 위해 내가 싸울 때 나는 자유이다... 사람들은 맨날/겉으로는 자유여, 형제여, 동포여 외쳐대면서도/안으로는 제 잇속만 차리고들 있으니/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도대체 무엇이 될 수 있단 말인가/제 자신을 속이고서....
■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외에도 전두환, 노태우도 있는데...
국민의힘이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을 롤 모델로 삼겠다면서 왜 전두환 노태우는 제외시켰는지 궁금하다. 권력욕에 눈이 멀어 전쟁 중에 계엄령을 선포한 상태에서 발췌개헌과 사사오입 개헌을 하고 부정선거에 저항하는 시민들을 학살하다 4·19혁명으로 쫓겨나 하와이로 망명해 죽은 사람이 이승만이다. 이런 이승만이 존경받을 인물인가?
군사 반란자(옛날에는 역적), 왜왕에게 ‘천황폐하 만세’를 부르고 독립군을 때려잡다 국민의힘이 혐오하는 ‘빨갱이’ 다카키 마사오가 박정희 아닌가. 유신헌법을 만들어 영구집권을 꿈꾸다 자신이 자신 가장 아끼던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총에 맞아 불귀의 객이 된 인물이 박정희라는 사실을 몰라서 그를 ‘민주화의 주역’이라고 추켜세우는가?
국민의힘은 김영삼을 ‘민주화의 주역’이라서 흠모한다고 했지만, 그는 당시 군사 독재 세력인 집권 여당 민정당과 유신 독재의 상징인 김종필의 공화당과의 3당 합당으로 6월항쟁의 열망을 배신으로 대통령이 된 변절자의 낙인이 찍힌 사람이다. 국민의힘이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의 보구 적통을 계승해 자랑스럽다고 했지만 이들은 민주주의를 뒤집고 역사를 거꾸로 돌린 사람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 역사를 거꾸로 가르치는 국사편찬위원회
국사편찬위원회는 이승만을 건국 대통령이라 하고 5·16을 ‘혁명’이라고 했다가 대통령이 누가 되는가에 따라 ‘혁명’이 아니라 ‘군사반란’이라고 하기도 한다. 대한민국의 건국은 1948년이 아니라 1919년 상해임시정부에서부터다. 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 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ㆍ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ㆍ인도와 동포애로써...” 이렇게 시작한다. 한글만 읽을 줄 아는 국민이라면 이런 헌법을 두고 건국의 아버지니, 조국 근대화의 기수니, 민주화의 주역이라고 강변할 수는 없다.
정부는 뉴라이트 출신 김형석을 독립기념관장으로 뽑았다가 8월 15일 우리 역사에 처음으로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종로구 세종문화회관과 효창공원 내 백범기념관에서 열리는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다. 김형석뿐만 아니다. 지난달 한국학중앙연구원장에 ‘친일 식민사관’ 논란을 일으킨 <반일 종족주의> 공저자 김낙년 동국대 교수가 임명됐고,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과 김광동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장도 식민지 근대화론을 펴는 뉴라이트 단체의 주역들이었다.
■ 변절자 배신자를 따라 배우겠다는 국민의힘
‘정부 수립일’을 ‘건국절’이라 하고, 4·19로 쫓겨난 이승만을 ‘국부’라고 한다고 역사가 달라지는가. 4·19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를 무너뜨리고 18년간 장기집권을 한 배신의 원조 박정희 정신을 이어받겠다면 국민의힘은 또다시 군사반란이라도 일으키겠다는 것인가.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역사를 거꾸로 돌리겠다는 국민의힘이 집권한 나라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국민들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있다. 국민의힘은 주권자인 국민을 판단 미숙아로 보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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