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세력’은 왜 진화하지 못할까? (상)

보이는 것은 모두 진실이라고 믿으세요

이런 글을 쓰는 것이 정말 조심스럽다. 만에 하나 제 글로 상처 받는 사람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나는 평소 글을 겁도 없이 쓰는 편이다. 내가 쓴 글들을 보면 정체성의 정체불명이다. 솔직히 말하면 잡탕이다. 교육 블로거라면서 정치며 경제, 사회문화 어느 것 하나 손대지 않은 게 없다. 교육 블로거인지 인권운동 블로거인지, 여성운동 블로거인지, NL인지 PD인지, 교육운동의 주류인지, 비주류인지....

실천은 없고 멀쩡하게 입만 살아 있는 입진보라고 욕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입진보라는 소리 들어도 싸다. 강정마을이며 세월호 현장한번 가보지 않으면서... 그런데 사실은 대장암 투병하느라 5년을 보냈다. 와중에 허리 측만증 수술을 두 번이나 하는 바람에 죽을 고비를 넘기고 장애 5급이라는 훈장까지 달았다. 여기다 그 흔해 빠진 승용차조차 없으니...

하지만 내 가 처한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보니 앉은뱅이 교육운동가 노릇을 하고 있다. 역마살이 몸에 밴 사람이 답답해 어쩌다 블로거 팸투어 행사를 다녀오지만 다녀 온 뒤 며칠은 초죽음이다. 지인들은 말한다. 이제 연세도 있으니까 쉬어가면서 하라는 충곤지 애정인지 모를 권면을... 노인의 증세들이 곳곳에서 조금씩 나타난다. 이제 정말 좀 쉬어야 할 때도 됐는가 보다.

이런 글을 쓰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지만 세월이 지나고 나이가 더 들어 기억이 더 혼미해지기 전에 남겨 놓는 게 먼 훗날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판단 때문이다.

■ 내가 아는 모든 지식은 진실일까?

‘종합비타민이 질병 예방에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 "비타민이나 홍삼 등 건강기능식품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가 불충분한데도 업계가 국민의 호주머니를 털고 있어 안타까운 상황이다"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이런 소식은 비타민이 건강을 지켜준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에게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약으로 병을 고칠 수 없다!’. ‘약 먹으면 안 된다’는 책도 나왔다. 사람들의 몸속에는 자연 치유력이라는 게 있는데 약으로 그 능력을 제거해 죽게 만들고 있다며 의사들이 합법적으로 사람을 죽이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런 책을 읽으면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어디까지 진실인지 회의감(懷疑感)이 생긴다.

사람들 중에는 신문이나 TV에 나오는 기사들이 모두 진실이라고 믿는 사람도 있다. 평생교육의 의무를 외면하는 사회에서는 조선일보를 보는 사람은 조선일보 시각을, 경향신문을 보는 사람은 경향신문의 시각이 된다. 일류대학을 나온 사람이건, 초등학교밖에 안 나온 사람이건 텔레비전 앞에 앉기만 하면 막장 드라마의 팬이 되고 만다. TV 연속극 보는 재미로 사는 사람들까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 현상과 본질은 다르다

현상과 본질은 다르다. 사람들 중에는 현상을 보고 진실로 착각한다. 사회현상은 모두가 본질과 같을 수 없다. 이해관계로 얼룩진 사실을 여과장치도 없이 보도하는 언론들.... 재벌의 광고비로 살아가면서 재벌의 마름 노릇을 하면서도 지성인이니 사회지도층이니 대접받고 허세 떨기를 좋아한다. 운이 좋으면 장관이나 국무총리까지 굴러 들어올 수도 있으니 왜 굴러 들어오는 떡을 마다하겠는가.

그들이 내놓는 정보란 따지고 보면 하나같이 이데올로기로 순수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국가 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엉켜있고, 재벌의 입김이 서려 있고, 혹은 권력의 눈치를, 혹은 선후배, 혹은 지연, 학연으로 누더기가 된 정보들이다. 순진한 독자들은 그런 소식들을 곧이곧대로 진실이라고 믿는다.

농업사회는 순수한 세상이다. 보이는 게 사실이고 진실이다. 세상이 정보화사회로 바뀌면서 눈에 보이는 게 사실도 전부도 아닌 세상으로 바뀌었다. 상품의 가치도 농산물은 보면 그 가치를 안다. 그런데 전자제품이나 장기간 보관하기 위해 대형 매장에 전시된 상품은 모두 좋은 상품인지 몸에 좋은 지 해(害)가 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소비자가 판단할 수 있는 건 유효기간이니 그런 거 몇가지 뿐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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