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은 학교의 기능을 중식 제공으로 제한하지 말라
■ 학교 구성원의 우려를 반영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책 추진하는 교육청에 유감
■ 적어도 여름방학 운영 결과를 살펴보고 사업 확산 여부를 따져봤어야
■ 공적 돌봄과 학교의 역할에 관해 전교조 세종지부와 교육청 등이 함께 고민하는 자리 제안
○ 지난해 7월 세종시교육청은 “방학 중 급식으로 중단 없는 세종교육 추진”이라는 표제로 세종교육 10년의 당면과제를 담은 교육감 기자회견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 있다. 이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세종지부(지부장 이상미)는 곧바로 발표한 논평에서 세종교육 10년의 과제가 방학 중 급식으로 협소화될 수 없으며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일이 우선되어야”함을 지적한 바 있다.
○ 교육청은 공식적・비공식적 자리를 마련하여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는 했으나, 그 의견을 얼마나 진지하게 수용했는지는 매우 의심스럽다. 당시 여러 단체와 학교 구성원이 일방적으로 실시되는 정책에 우려를 표시한 만큼, 교육청은 이번 여름방학에 중식을 제공하는 학교를 시범학교 삼아 문제점을 면밀히 살피고, 확산 가능성을 신중히 따져본 뒤에 겨울방학에도 해당 정책을 이어갈지, 이어간다면 알맞은 확산 속도는 어떠할지 등을 결정해야 했다. 그러나 교육청은 여름방학 중식 제공 사업이 채 실행되기도 전에 일찌감치 겨울방학 중식 제공을 결정하고, 관내 초등학교에 21억이나 되는 예산을 교부했다.
○ 여름방학 방과후 프로그램을 단 하나만 참여해도 중식을 제공한다는 방침 때문에 방학임에도 점점 더 많은 학생이 학교를 찾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의견수렴 절차에서 언급되었듯이 등하교 시, 프로그램 전후, 중식 중 안전사고와 학교폭력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교육청에서는 아무런 안전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교육청에서 학교에 내려보낸 공문에는 “학교 교육공동체의 의견수렴”이라는 말이 있으나 “사업목적이 달성될 수 있도록” 계획을 수립하라거나 “예산액의 80% 이상을 집행”하라고 되어 있어 학교는 교육청의 지시를 군말 없이 따르라는 것처럼 읽힌다. 이렇듯 교육청은 중식을 제공하겠다는 강한 의지만을 내보이고 있을 뿐, 그것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 앞에서는 의도적으로 눈을 감고 학교에 문제 처리를 외주화하고 있다.
○ 세종시교육청의 사업설명서에 따르면 방학 중 중식은 사회적협동조합, 도시락, 자체 조리 등의 방식으로 운영된다. 자체 조리가 명시되어 있는 만큼 우리는 유치원 사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방학에도 급식이 제공되고 있는 유치원의 조리원은 어떠한 대우를 받고 있는가? 방학 이전과 똑같이 근무하고 있는데도 교육청은 이들을 일용직으로 처리하여 마땅히 받아야 하는 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초등학교에서 중식이 자체 조리된다면 유치원처럼 일용직으로 처리하며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을 것인가?
○ 공적 돌봄에 대한 요구가 거세고, 국가가 돌봄의 책임자를 자처하는 시대에 학교 역시 어떠한 역할을 맡을 수 있는가에 관한 논의는 필요하다. 지난해 7월 논평에서 전교조 세종지부는 “돌봄을 개인이 오롯이 감당하게 하지 않고, 국가와 지자체가 책임지는 공적 돌봄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교육청의 방학 중 중식 제공 정책은 공적 돌봄을 노동, 교육, 복지 등 거시적인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접근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렇듯 학교가 공적 돌봄에서 맡아야 하는, 맡을 수 있는 역할이 급식 또는 중식을 제공하는 것으로 표상된다면 그 자체로 공적 돌봄과 학교의 결합 자체를 협애화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 전교조 세종지부는 지난해 7월 요구한 사항을 다시 한번 요구하고자 한다.
첫째, 교육감의 약속대로 학교를 통제하는 교육청에서 학교를 지원하는 교육청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54개 초등학교에 겨울방학 중식 예산을 지급했다고 하더라도, 예산에 대한 집행권한을 오롯이 학교와 학교 구성원에게 맡기고 아무런 압력을 행사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둘째, 교육감 공약 사항 또는 세종교육의 발전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전교조 세종지부를 포함한 여러 노동조합과 단체, 당사자들과의 소통을 게을리하지 않길 바란다. 일방적으로 시행되는 정책과 형식적인 의견수렴 대신 실질적이고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여러 주체의 협력을 구해야 할 것이다.
셋째, 공적 돌봄과 학교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의제를 거시적인 맥락에서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을 수 있는 장을 마련하라. 우리 전교조 세종지부는 세종교육청에 이러한 사회적 의제를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는 정책협의, 토론회, 포럼 등을 제안하는 바다. 마지막으로 교육청은 방학 중 중식 제공 정책을 확산하겠다는 일방적인 방침을 유보하고 이번 여름방학 9개 학교의 실시 결과를 검토한 뒤 그 과정과 결과를 우리 노조를 포함한 제 단체에 공유하고 확산 여부를 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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