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 폐지하면 교권이 신장되나
우리나라 법체계는 ”헌법-법률-명령-조례-규칙“순으로 등급을 두어 상위 등급의 법이 하위 등급의 법보다 우선 적용되도록 하는 '상위법 우선의 원칙'을 두고 있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조례 개정도 병행 추진하라”는 한 마디로 애먼 학생인권조례가 폐지위기에 내몰려 있다.
■ 조례가 헌법의 상위법인가
“학생인권조례는 더욱 굳건히 있어야 합니다”
일부 보수단체가 청구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서울시의회를 통과하며 서울시 학생인권조례가 폐지 위기를 맞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서울학생인권조례 시행 12주년을 맞아 “(학생인권조례는) 폐지가 아니라 보완해야 한다”면서 “발전하는 학교와 교육 환경 속에서 학생들의 인권도 끊임없이 발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자들은 “이 조례에서 규정하는 학생인권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하고 행복을 추구하기 위하여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는 기본적인 권리이며, 교육과 학예를 비롯한 모든 학교생활에서 최우선적으로 그리고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는 학생인권조례 제3조 제1항(학생인권의 보장 원칙)을 다 같이 낭독했다.
우리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했다. 인권이란 어린이 인권 학생인권, 성인인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누려야 하는 기본적 가치다. ‘법 앞에 평등한 인권’을 두고 학생이 인권을 누릴 수 있도록 조례를 만든다는 것은 위헌적인 요소를 안고 있다.
■ 헌법 11조 읽고도 학생인권조례 폐지 주장할까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은 서울시의회가 학생인권조례가 학생들에게 동성애를 권장하고 성 문란을 조장하며, 학생의 권리만 보장하여 교권 붕괴를 초래하고 있다는 폐지론자들의 주장에 동조하여 조례 폐지의 절차를 밟고 있다. 서울시의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서울시의회 의원들은 "존중과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들이 다른 사람도 존중하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한다"며 "지금까지 점진적으로 발전해 온 학생 인권 증진의 역사가 후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 학생인권조례에 무슨 내용이 담겨 있기에...
2012년 1월 26일 시민발의로 제정·공포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개성을 실현할 권리 △사생활의 자유 △양심·종교의 자유 등이 담겨 있다. 조례로 보장되는 권리를 침해당했을 때, 학생들은 교육청에 설치된 ‘학생인권옹호관'에게 상담, 조사 등을 청구할 수 있다. 이처럼 학생의 보편적 인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은 학생인권조례는 현재 경기·광주·서울·전북·제주·충남 등 7곳(인천 학교구성원 인권증진조례 포함)에서 시행 중이다.
학생인권조례가 폐지 위기에 내몰리게 된 건 올해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 침해 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르면서다. 지난 7월 서울 서초구 초등교사 사망 뒤 정부·여당은 교권 추락의 원인 중 하나로 학생인권조례를 지목했다. 교권과 학생인권을 대립하는 가치로 본 것이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도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조례 개정을 추진하라”며 ‘학생인권조례 때리기’에 가세했다.
■ 학생인권조례가 교권침해...?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때문에 존치 시켜야 한다는 의견과 교사의 권한이 축소로 교권 침해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갈린다.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경기도교육청에서 최초로 제정된 후 17개 시도교육청 중 서울을 비롯한 6개 교육청(서울, 경기, 충남, 광주, 전북, 제주)에서 시행되고 있다. 서울시의회가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시도하는 것과 관련해 전국 9개 시·도교육청 교육감들은 19일 "시대착오적이며 차별적인 폐지를 중단하라"고 반발했다.
서울시 외에 학생인권조례가 추진되고 있는 시·도는 학생인권조례가 처음 제정된 경기도와 충남에서도 폐지조례안이 입법 예고돼 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만일 의원 발의 등으로 폐지안이 상정돼 의회를 통과될 경우 재의를 요구하고, 그럼에도 의회에서 재의결될 경우에는 대법원에 제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헌법은 법앞에 평등, 조례는 법앞에 차등
대한민국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이 평등하다는데 하위법인 조례는 왜 평등을 부인하는가. 민주주의는 인권(인간의 존엄성)과 자유 평등 위에 지은 집이다. 1948년 12월 10일 제정된 세계인권선언 전문(前文)은 “인류 가족 모두의 존엄성과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세계의 자유, 정의, 평화의 기초”.... 라고 했다.
일찍이 동학을 세운 수운 최재우 선생은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시천주(侍天主)와 인내천(人乃天) 사상을 강조하였으며 상해임시정부의 조소앙 선생도 개인과 개인, 민족과 민족, 국가와 국가 간의 완전균등을 표방한 삼균주의를 주장하였다. 헌법이 보장하는 모든 국민이 평등하다는 기본권을 지자체가 폐지할 권리가 없다. 반헌법, 반민주 시대착오적인 학생인권조례 폐지 추진은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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