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수도권 가티노 파크(Gatineau Park)
캐나다 수도권에 위치한 가티노 파크는 서울의 총면적 60%에 달할 정도로 매우 큰 공원이에요. 16세기 유럽 이주민이 도착하기 전에 원주민이 거주했던 곳으로 공원의 역사가 매우 깊을 뿐만 아니라 면적이 워낙 넓다 보니 볼거리가 매우 많은 곳입니다. 수도 오타와(Ottawa)에 살면서 30번은 넘게 다녔지만 주요 명소만 다니다 보니 아직도 가보지 못한 구역이 꽤 있는데요. 오늘은 가티노 파크의 깊은 숲 속에 남아 있는 1900년대 어느 발명가의 실험실을 나눔 하고자 합니다. 영화 속에 나올법한 은밀한 폐허를 향해 함께 가볼까요?
가티노 공원 미치 호수(Meech Lake)
가티노 파크 곳곳에는 165km 하이킹 코스 및 90km 산악자전거 코스를 포함하여 수많은 트레일이 있는데요. 캐나다 전국을 횡단하는 24,000km의 Great Canadian Trail와도 연결되어 있어요.
오늘의 장소를 가기 위해서는 공원의 미치 호수(Meech Lake)의 주차장(P11 O'Brien)에서 연결된 트레일을 이용해야 합니다. 9월 말이라서 단풍이 막 들기 시작한 시점이었어요.
캐나다 면적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캐나다 순상지(Canadian-Shield)의 모습이에요. 약 20억 년 전 선캄브리아대의 시생대(始生代) 후기에 일어난 큰 지각변동으로 생긴 대지로, 로렌시아 순상지(Laurentian Highlands)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철 ·니켈 ·금 ·우라늄 등의 광물자원도 풍부하여 캐나다 광물 생산의 약 절반을 차지할 정도입니다.
주차장(P11 O'Brien)에서 36번 트레일을 따라 1.8km(30분)을 걸어야 하는데요. 중간 즈음 가면 다리가 보여요.
다리 근처에서 찍은 미치 호수(Meech lake)의 모습이에요. 지름이 무려 6km 이상 달하는 대형 호수로, 여름철에 수영이 가능한 비치도 2곳이 있습니다.
비치는 아니었지만, 다리 근처에서 꽤 많은 사람들이 올해의 마지막이 될 수영을 즐기는 듯했어요.
다리에서 0.8km를 더 가야 하는데요. 이때부터 오르막길도 종종 나와 살짝 숨이 차오르기도 합니다. 대체 폐허는 언제 나오냐며 헉헉 거리고 있는데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뭔가 구경하고 있어 가보니 밀리패드(Millipede)가 기어가고 있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노래기라고 하지요. 캐나다 버그 데이(Bug Day) 전시회에서 보던 노래기를 야생에서 실제로 보니 신기하더라구요.
1900년대 초반 캐나다 발명가의 숲 속 실험실(Carbide Willson Ruins)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눈앞에 드디어 폐허가 나타났습니다. 지금은 도로와 주차장 및 트레일이 있는 완비되어 접근하기 다소 수월해졌지만, 100여 년 전에 숲 속 깊은 곳에 커다란 건물을 어떻게 지었을지 상상이 되지 않았어요.
@wiki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의 모습이에요. 캐나다 발명가 토마스 윌슨(Thomas Willson, 1860-1915)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경쟁자에게 도둑맞는 것을 두려워해 1909년에 재정 전부를 투자하여 현재 가티노 공원의 깊은 숲 속 약 56만 평의 부지를 구입하여 건물을 지었어요.
윌슨이 처음 지은 건물은 숲 속의 여름 별장과 거리가 먼 타워 형태의 건물이었는데요. 폐허가 된 후 화재로 불에 타 현재는 기초만 남아 있었어요. 1900년대 초반 당시 건설비가 10억 원 이상 들었던 타워로, 비료 제조에 들어가는 은산의 응축 실험을 위해 지었습니다.
불에 타고 남은 타워의 기초 부분이에요. 이곳에 타워를 세우기 17년 전 1892년에 캐나다 발명가인 토마스 윌슨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칼슘 카바이드 생성을 위한 효율적인 방법을 발견하여 특허를 취득한 후 1895년에 유니언 카바이드(Union Carbide)에 특허를 판매함으로써 성공을 거두었는데요. 참고로, 칼슘 카바이드(calcium carbide)는 가스 용접에 사용하는 아세틸렌가스 발생 재료입니다. 그후 다시 캐나다로 돌아와 국제 해상 신호 회사를 세운 후 첫 번째 특허의 성공을 발판 삼아 또 다른 발명을 하기 위해 이곳에 실험용 타워을 지었습니다.
2년 후 1911년에 호수의 높낮이를 조절하여 전력을 얻기 위해 건물 근처에 댐을 건설했어요. 댐 건설을 위해 무려 1,004포대의 시멘트를 사용했다고 해요. 현재는 교각만 남아 있어 반대편으로 건너지는 못했어요. 몇몇 사람들이 댐 근처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어요.
아래쪽에서 바라보니 댐 크기가 제법 컸어요. 댐 주변으로는 길이 전혀 나있지 않아 험난한 바위 사이로 오가야 해서 꽤 긴장했네요.
오가기에 길이 평탄치 않아 아예 신발을 벗고 계곡의 바위 위를 걸어 댐과 발전소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자신의 실험이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확신했던 윌슨은 자신의 다른 회사인 국제 해상 신호 회사를 매각하고 미국 담배 회사 JB Duke의 단일 투자를 받아 대출을 받았어요. 그리고 1913년에 실험용 발전소까지 건설하게 됩니다.
하지만, 주변에 사는 주민들의 비방이 일기 시작했고 실험과 생산을 성공으로 이끌지 못하여 파산하게 되어 모든 자산은 단일 투자자였던 미국 담배 회사 JB Duke에게 넘어갔습니다. 현재는 연방 정부의 재산으로 귀속된 상태입니다. 발전소 안은 전체 골격만 남은 상태였어요.
실험용 발전소 1층에는 수로 시스템의 흔적이 남아 있었어요. 댐을 통과한 호숫물이 경사도가 높은 계곡을 따라 흘러내려 건물 내부로 들어올 수 있도록 만든 모습이에요.
타워와 발전소 사이를 잇는 다리는 있어서 다리 위에서 위아래를 둘러볼 수 있었어요.
발전소 밑으로는 완만한 지대로 형성돼 있어 경사도를 따라 쏟아져 내려오는 호숫물이 고여 있어 몇몇 사람들이 수영을 즐겼어요.
윌슨은 비료 공장의 파산 이후 2년 만에 약 200억 규모의 수력 발전 용량 개발 회사를 창립하는데 성공했으나 추가 벤처 자금을 구하는 도중 1915년에 심장마비로 사망했습니다.
@hiveminer.com
사계절마다 색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 듯해요. 토마스 윌슨의 꿈은 실패로 돌아갔으나, 캐나다에는 성공을 거둔 세계 최초 발명품이 꽤 많은데요. 아이맥스(IMAX)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캐나다 발명품 15가지가 궁금하다면, 이전 글을 참고하시길 바라요.
수십 번을 들락날락했던 가티노 공원인데 캐나다 친구의 추천으로 숨은 명소를 이제야 다녀왔네요. 수도 오타와에서 최초로 자동차를 소유할 만큼 부자였던 토마스 윌슨의 거대한 도전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그의 폐허는 현재까지도 많은 사진가와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장소로 남아 있습니다. 캐나다 수도권에서 꼭 가봐야 할 가티노 공원(Gatineau Park)의 매력을 더 알고 싶다면, 이전 글을 참고하시길요. 2017년도 이제 거의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는데요. 새해에 계획했던 일들이 풍성한 결실로 맺어지는 연말이 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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