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에서는 추수감사절에 어떤 음식을 먹을까?
민족대명절 추석처럼, 미국과 캐나다에도 추수감사절(Thanksgiving)를 큰 명절로 지내고 있어요. 추수감사절 날짜는 캐나다는 10월 둘째 주 월요일, 미국은 11월 넷째 주 목요일입니다.
북미에서는 추수감사절이 되면 온 가족이 모여서 디너 파티를 갖는답니다. 저희도 주로 토론토에 사시는 시이모님댁에 방문하는데요. 올해는 방문하지 못했는데, 왕래하는 캐네디언 가정이 추수감사절 디너 파티에 초대해주셔서 다녀왔어요. 추수감사절이 다가오면 친척집에 방문하는지 항상 물어봐 주시고, 못 가게 되면 매번 초대를 해주시는 고마우신 분이시랍니다. 올해는 특히나 아드님이 결혼해 3대가 모인 가족 디너 파티이었는데요. 저희 가정이 그사이에 쏙 들어간 자리라, 민망할 만큼 감사가 되더라구요. 그럼, 캐네디언의 추수감사절 디너에는 무엇을 먹는지 함께 살펴 볼까요?^^
초대받은 집입니다. 캐나다에서는 9월 중순 즈음되면 10월 중순에 있는 추수감사절까지 집 현관 입구에 호박을 둔답니다. 추수감사절이 지나자마자 이 호박들을 조각(carving)해 10월 31일 할로윈 펌킨으로 변신시킨답니다. 정원이 넘 예뻐요. 초대하신 분이 페인팅 솜씨가 워낙 좋은 집 현관문과 의자도 빨간 색으로 올해 여름에 칠하셨더라구요.
현관입구에 놓이 다양한 호박들입니다. 가을햇살에 호박의 노오란 빛깔이 더 탐스럽게 보이네요.
추수감사절 디너 메뉴의 주인공은 바로 칠면조(Turkey)입니다. 5~6kg의 칠면조에 양념소금(Seasoning salt:소금, 후추, 양파, 마늘, 허브 등)를 뿌린 후 오븐에서 3~4시간 동안 굽습니다.
왜 추수감사절에 칠면조 고기를 먹나요?
추수감사절에 칠면조를 먹는 풍습은 미국에서 유래되었는데요. 영국의 청교도인들은 영국의 국왕 제임스 1세가 종교의 자유를 허락하지 않자, 1620년에 미국으로 건너가 정착하게 되는데요. 험난한 땅에서 농사 짓기가 어려운 영국 청교도인들은 인디언과 불가침 조악을 맺고 상호 협조하며 가축과 농사에 대한 노하우를 배우게 됩니다. 그로 인해 다음해인 1621년 가을에 대풍작을 이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청교도인들은 인디언들을 초대해 최초의 추수감사절을 지냈다고 합니다. 그 때 총을 들고 새를 잡으려는 사냥꾼이야생 칠면조를 잡아와 대접하게 되었는데요. 그 이유로 추수감사절에 칠면조를 먹는 전통이 생겨났답니다.
오븐에서 3~4시간 동안 굽는 동안 칠면조에서 나온 육즙입니다. 이 육즙은 버리지 않고, 고기 소스로 활용된답니다. 칠면조뿐만 아니라, 오븐으로 요리한 고기의 육즙은 그래비(Gravy)로 활용된답니다.
육즙에 전분(혹은 밀가루)을 푼 물을 넣어 농도를 맞춘 후, 소금, 후추, 허브 등을 넣고 간을 맞추면 그래비가 완성됩니다. 육즙의 양이 부족한 경우, 고기 육수나 감자 삶은 물을 넣기도 합니다.
따뜻한 음식을 상에 올리기 위해 대체로 손님이 다 모이고 나면 고기를 오븐에서 꺼내 썰고, 그래비를 만듭니다. 준비 완료되었으니, 이제 맛있게 먹는 시간입니다.
다이닝룸(Dining room) 모습입니다. 북미에서는 가족이 편하게 식사하는 공간은 주로 주방이며, 가족 파티나 손님접대는 다이닝룸에서 합니다.
주 메뉴인 칠면조 고기입니다. 다리살은 큰 포크로 찢고, 가슴살은 고기를 써는 전기톱으로 썰었습니다. 칠면조는 닭보다 훨씬 몸집이 크고, 육질이 질기며, 독특한 향이 있습니다.
칠면조 요리에 항상 따라 오는 칠면조 스터핑(Turkey stuffing)입니다. 빵 조각에 닭 육수, 양파, 셀러리, 소금, 후추, 세이지(sage), 파슬리(parsley)를 넣고 양념한 요리로 연한 카레 향처럼 독특한 향이 있어 다소 밋밋한 칠면조 요리와 잘 어울립니다. 직접 만들 수도 있지만, 즉석요리가 가능한 스터핑 인스턴트 제품을 사서 하기도 합니다.
칠면조 요리와 늘 함께하는 또 다른 사이드 메뉴인 크랜베리 소스(cranberry sauce)입니다. 칠면조가 약간의 독특한 향이 있어요. 그래서 짭조름한 스터핑과 달콤새콤한 크랜베리 소스와 함께 먹으면, 그 맛이 더 업그레이드된답니다.
그래비(Gravy)입니다. 약간 걸쭉해졌지요?^^ 고기의 육즙이 고스란히 들어가 그 향이 풍미롭습니다. 그래비를 보통 고기와 메쉬드 포테이토 위에 함께 뿌려서 먹어요.
초대하신 분께서 초대요리를 자주 하시는 요리인데요. 고구마를 삶아 으깬 요리로 메쉬드 스윗 포테이토(mashed sweet potatoes)입니다. 거기에 메이플 시럽, 피칸, 치즈를 추가로 뿌려 오븐에 구우셨는데, 이 사이드 메뉴는 먹을 때마다 감탄이 나올 정도예요.
북미의 대표 사이드 메뉴인 메쉬드 포테이토(mashed potatoes)입니다. 감자를 삶아서 으깬 후, 소금, 후추, 버터(혹은 우유, 크림, 사워크림)를 넣어 만들어요.
이 역시 북미의 대표 사이드 메뉴인 옥수수 콘입니다. 옥수수를 따뜻하게 데워, 소금, 후추, 버터로 간한 요리입니다.
접시에 다 담아보았습니다. 칠면조 고기, 칠면조 스터핑, 크랜베리 소스가 추수감사절 주메뉴며, 메쉬드 포테이토, 메쉬드 스윗 포테이토, 옥수수 콘이 사이드 메뉴였습니다.
함께 초대받은 캐네디언 친구가 찍어서 보내준 사진이에요. 같은 장소에서 찍은 작년 추수감사절 사진이랍니다. 디너를 시작하기 전에 찍은 사진이네요.^^
저의 한국친구, 캐네디언 친구입니다. 작년 추수감사절에는 한국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잠시 와 있는 저의 한국 친구까지 함께 초대해주셔서 대접 잘 받고 왔네요.
디너를 먹고, 디저트 타임입니다. 디저트와 커피가 속속들이 주인을 찾아가고 있어요.
저희 가정을 초대해주신 분은 요리도, 베이킹도 정말 잘하십니다. 올해 추수감사절에는 가족이 먹고 싶은 베이킹을 다 다르게 말해서 만들다 보니 네 가지나 하게 되었다고 하더라구요. 먹고 싶은 것을 말하면, 바로바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마냥 신기하고 부럽습니다.^^;;
추수감사절에는 어떤 디저트를 먹는지 함께 살펴볼까요?
추수감사절에 많이 하는 호박 파이입니다. 호박파이에 생크림을 얹혀 먹습니다.
북미에서 가을에 가장 많이 하는 파이가 호박 파이와 사과 파이인데요. 사진은 로즈베리 사과 파이입니다.
호박 치즈 케이크입니다.
마지막으로 호박 컵케이크입니다.
저는 호박 치즈 케이크를 선택해 먹었는데요. 호박의 부드러움, 치즈의 담백함, 시나몬 가루의 향긋함이 만나, 정말 맛있더라구요.
저희를 초대해주신 분이세요. 기쁜 일이 있을 때마다 함께 기뻐해 주시고, 슬픈 일이 있을 때마다 힘 되어주시는 마음이 따스한 분들이세요. 그뿐만 아니라 어찌나 유쾌하신지, 이곳에 한 번씩 다녀오면 행복한 기운을 한가득 안고 돌아온답니다. 저에게는 인생의 롤모델같은 가정이시네요.
북미에서는 초대손님의 방명록을 많이 두시는데요. 집을 찾아온 손님들이 방문한 날짜와 이름, 짧은 메시지를 남겨둘 수 있어요.
언어와 문화, 그리고 음식 달라도 가을의 풍성함을 담은 한 상에 온 가족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은 같습니다. 오곡백과가 풍성하게 익어가는 가을날, 따스한 이웃분의 사랑으로 제 마음에도 풍성한 행복이 가득 차 있네요.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사랑하는 사람과 한자리에 모여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행복의 기운을 전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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