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C팀: AI 기술로 한계를 넘다

심 혁주

많은 게임 회사들이 AI(인공지능)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저마다 다른 미래를 그리고 있습니다. 기술을 대하는 태도 또한 다른데요.

베이글코드는 데이터로 판단하고 AI로 구현하는 데이터&AI 드리븐 문화가 곳곳에 녹아있습니다.

회사는 부서에 관계없이 모든 직원에게 AI 기술 사용을 권장하고 아낌없이 지원합니다.
직원들이 먼저 사용해보고 회사에 제안하는 바텀업 방식으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데이터&AI팀은 AI 프로그램을 각 부서에서 업무 특성에 맞게 특화해서 사용할 수 있게 돕습니다. 사내 메신저 AI 채널에는 매일매일 새로운 AI 트렌드가 오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게임잼으로 시작해 어엿한 독립 스튜디오로 발전한 PKC팀은 사내에서 AI 기술을 가장 잘 활용하는 팀이기도 한데요. PKC 디렉터 신동호님과 AI 기술과 게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본인과 팀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게임 만드는게 꿈이었어요. 그래서 개발을 시작했어요. 중간에 만화도 그려보고 작곡도 해보고 했는데 결국 제일 맞는 건 개발이더라고요. 베이글코드는 2014년에 입사했어요. 거의 초창기때부터 함께 했으니 꽤 오래됐네요. 10년 동안 여러 팀에서 클라이언트 개발을 담당하다가 작년에 처음으로 열린 사내 게임잼에 참가하게 됐죠.  

처음으로 제 머릿속에 있던 기획을 실현시킬 수 있는 기회였어요. 제가 기존에 그리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 나오기는 했지만 팀원들과 서로 머리 굴리며 결과를 이끌어 내는 과정이 짜릿했어요. 그때 만든 팀이 PKC입니다. PunkCode를 뜻하는데요 기존 록 주류에 대항하는 원초적인 사운드인 펑크처럼 저희도 기존 업계에 새로운 물결을 한번 만들어보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는 디렉터인 저, 개발자, 기획자, TA(Technical Artist) 이렇게 4명에서 게임을 만들고 있어요.

펑크코드 로고

팀 업무방식은 어떤가요?

저희 팀은 커뮤니케이션이 굉장히 활발한 팀이에요. 지금 개발 중인 <블러드 인베이젼>도 회의 끝자락에 아이데이션하면서 기획된 게임이고요. 구글 밋, 슬랙 등 비대면 채널도 가장 잘 활용하는 팀이라고 생각해요.

또 목표를 잡으면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에요. 최대한 빠르게 개발, 데이터 보고 피드백, 업데이트하는 과정을 굉장히 빠른 템포로 가져가요. 매순간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 잘 아는 팀이죠.

마지막으로 저희는 업무 사이에 공백을 두는데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다른 팀원이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을 남겨두는 거에요. 업무 공유 단계에서 100%를 공유하는 게 아니고 80%만 공유 나머지 20%는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으며 채워 나가면서 최적의 결과를 얻어내려고 해요.

어떤 게임을 만들고 있나요?

<블러드 인베이전>은 ‘벨라’라는 이름의 뱀파이어 소녀가 어둠에서 깨어나 모험을 하는 하이브리드 RPG입니다. 웅장한 성을 배경으로 한 흡혈귀 테마로 긴 잠에서 깨어난 벨라는 자신의 성에 침입한 인간들을 사냥하고 그들의 피를 흡수하여 강력한 흡혈귀 능력을 되찾아야 하는데요. 중독성 있는 코어 게임 플레이와 몰입도 높은 게임성으로, RPG 라는 장르의 복잡성은 낮추고 스토리와 파밍/레벨업이라는 순수한 형태의 재미에 포커스를 맞춘 매력적인 게임입니다.

<블러드 인베이젼>

게임을 만들게 된 계기는?

처음 시작은 비즈니스적으로 접근했어요. 1000억 매출 포텐셜이 있는 게임을 네 달 안에 만들어보자는 목표로 다양한 장르를 고민했죠. 그 중에 하이브리드 캐주얼 장르가 가장 시장성이 높다고 판단했어요.

문제는 지속성인데요. 하이브리드 장르 특성상 유저 입장에서 질리는 구간이 반드시 나오기 마련이에요. 저희는 미드코어 RPG 요소를 가미해 극복하고자 했고요.  

그래서 나온 핵심은 ▲중독성(재미) ▲편한 플레이 방식 ▲단순한 코어 사이클을 모두 갖춘 게임이었어요. 그렇게 개발을 시작했죠.

다시 비즈니스 관점으로 돌아와서, 첫번째 ‘재미’가 검증돼야 다음 스테이지(매출)로 넘어갈 수 있잖아요. 그래서 세운 기준이 “D1리텐션 40%를 넘기자”였어요. 달성까지 정확히 4주 결렸네요.

그 다음은 ‘유저가 3일을 재밌게 할 수 있는 게임인가?’ 는 질문에 답을 하고 싶었어요. 이때부터 데이터를 살펴봤죠. 유저 퍼넬이 어디서 끊기는지, 유저들이 어디서 지쳐나가는지. 다시 유저들이 돌아오는 구간을 확인해보니 정답은 전투였어요.

유저의 모티베이션을 작은 사이클로 만들어서 계속 적을 죽이고 캐릭터를 업그레이드를 하고 눈 앞에 있는 테스트에 단기 집중할 수 있도록 했죠.  

그렇게 D3 리텐션을 20% 달성할 수 있었고 그 다음은 장비 시스템, 세계관 확장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저희가 세운 가설과 목표를 계속 증명해나가는 과정이라고 보시면 돼요.

결국 유저에게 지속적으로 가벼운 재미를 주면서도 지루하지 않는 게임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AI 전도사로 불린다. 원래 AI에 관심이 많았나요

사실 AI(인공지능) 기술은 이전부터 관심이 많았어요. AI 기술 뿐만 아니라 새로운 테크 서비스가 나오면 누구보다 빠르게 써보려고 하고요. 다른 얘기지만 저희 회사가 국내에서 슬랙, 노션(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을 가장 빠르게 도입한 회사가 아닐까 싶어요. 이 서비스들도 제가 회사에 추천했거든요.    

처음 챗GPT가 나온 뒤로 출시되는 AI 툴은 거의 다 써본 거 같아요. 적은 인원으로 게임 개발하고 있는데 저희 팀에 필요한 툴을 확보하기도 했고요. 지금 게임도 개발, 기획, 보이스, 아트 등 거의 모든 과정에 AI 기술이 적용됐다고 보시면 됩니다.

스크립트 전용 챗 봇

구체적으로 AI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설명해주세요

개발 쪽은 기본적으로 코파일럿, 챗GPT 많이 쓰고 있어요. 특히 챗GPT는 커스터마이징 기능으로 직접 커스텀 커맨드를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어요.  

각 채널마다 각자의 역할을 부여하는데 1번은 개발자 2번은 기획자 3번은 번역가 4번은 프롬프터 엔지니어 이런 식이죠. 하나의 팀을 운영하듯 쓰고 있어요.

기획을 예로 들면 주인공인 <벨라>가 어떤 상황에서 스테이지에 도착했을 때 어떤 의도를 가지고 유저에게 스토리를 설명해주면 좋겠다고 입력하면 기획자 GPT가 미리 구축해놓은 파이프라인대로 몇 가지 제안을 해줘요. 적합한 제안을 고르고 디벨롭 시킨 다음 스토리(나레이션)를 빠르게 이어니가는 방식으로 진행하는데요.

더 나아가 보이스 AI 프로그램으로 나레이션을 읽게해서 실제 게임에 넣고 있어요. <블러드 인베이젼>에 나오는 목소리는 모두 AI로 만든 거에요.

재밌는 사례가 있는데, 처음에 유저들이 (AI로 만든 목소리를) 실제 배우 목소린줄 알고 성우들이 연기를 너무 못한다고 피드백준 적 있어요. 이후 저희가 조금 더 학습시켰고 보이스를 좀 더 내추럴하게 만들었죠.

AI 툴을 활용해 만든 주인공 <벨라>

이외에도 활용하는 게 있나요?

우선 저희 타겟 시장이 미국이기 때문에 많은 미국 유저에게 어필할 수 있는 디즈니 스타일을 원했어요. 팀원 모두 남자라 여성 캐릭터를 코스튬하는게 힘들었는데요.

출시가 마침 크리스마스라 뱀파이어-크리스마스와 연계해 미드저니로 여러 샘플을 뽑아봤어요. 이후 다양한 느낌으로 시안을 제작한 다음, 최종안을 선택해 디벨롭 해 게임에 적용했는데요. 기존에는 머릿속에서만 상상해서 논의해야 하거나, 직접 시안을 제작한 다음 고민했어야 하는 과정들을 1시간 정도 만에 마무리하니 완성도, 효율성 모두 잡을 수 있었죠.

향후에도 캐릭터를 다양한 스타일로 변환해 활용하려고 해요. 시즌에 따라 상점 배너에 캐릭터를 다양한 형태로 편집해 활용할 계획인데, 이런 작업들이 이전에는 리소스가 없어서 포기해야 했어요. 이제는 AI 기술을 통해 큰 수고 없이도 우리가 원하는 수준으로 구현할 수 있게 됐죠.

게임 개발에서 AI역할,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저는 결국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기 때문에 AI 기술 자체보다 활용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요. 많은 A I툴들이 있지만 실제로 써보면 기대만큼 성능이 나오지 않는 툴들도 많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판단하기에 효율적인 툴들 위주로 활용하고 있고 AI에 완전히 의존하지 않으려고 해요.

제가 팀원들에게 많이 하는 얘기가 있는데요. 앞으로 도메인 주도 개발의 시대가 올 거라는 봐요.

누가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무엇을 어떻게 할거냐’가 중요해지는 시대. 무엇을 위해, AI를 어떻게 쓸건지는 결국 사람이 정하죠. 역설적으로 사람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고, 역량이 뛰어난 소수가 중요해지는 시대가 올 거라고 봐요. 그 역량 속에는 AI 기술은 필수라고 보고 있고요.

AI 기술 활용에 허점도 많아요. 제가 가장 많이 활용하는 부분이 브레인 스토밍인데요. 제가 생각하고 있는 걸 정리해 AI와 핑퐁하면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나가고 있어요. 문제는 이 과정에서 잘못된 정보, 일명 환각효과도 나오는데요. 그럴듯한 거짓을 구분하지 못하는 분들에게는 오히려 AI가 독이될 수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