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팀: 검증된 시장에 트렌드를 더하다

심 혁주

2010년대 초반 스마트폰이 도입되며 모바일 시대가 찾아옵니다.

DIG팀 디렉터 최형일님은 국내 최고 커뮤니티 플랫폼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마주하고, 모바일 게임 시장에 발을 내딛습니다. 이후 11년 간 국내를 대표하는 캐주얼 게임회사에서 다수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출시/운영하고 지난해 말 새로운 도전을 위해 ‘베이글코드’에 합류합니다.

올해 3월 공식 출범한 DIG팀은 최형일님과 함께 기획자 2명, TA(Technical Artist), 개발자로 구성된 신생 스튜디오입니다. 소규모 인원으로 완성된 게임을 만들기 위해 각자 업무의 전문성을 살리되 게임 하나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세상에 영감을 주는 게임을 발굴하기 위해 계속 실험하고 검증’한다는 최형일님과 DIG팀.

성장을 위해, 오너십을 가지고 효율적으로 협업하는 베이글코드의 일하는 방식과 가장 닮은 팀이기도 합니다. DIG팀만의 개발 문화에 대해 최형일님과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본인과 팀 소개 간단히 부탁드려요

DIG팀은 ‘Developing Inspirable Games’라는 의미로 세상에 영감을 주는 게임을 발굴하고 개발하는 스튜디오입니다. 저는 팀 디렉터 최형일입니다. 올해 3월에 출발한 신생팀이고, 현재 캐주얼 파밍 게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팀원은 저 포함 총 5명이지만 저희 팀만의 협업 방식으로 빠르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금 개발 중인 게임도 3개월 만에 80% 정도 완성했으니까요.

어떤 게임을 준비하고 계신가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 파밍 게임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시물레이션 경영 게임으로 방치형과 파밍형 게임을 적절히 조합한 형태로 많은 시간을 게임에 투자하지 않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이전에는 어떤 곳에서 일하셨나요. 어떻게 베이글코드에 합류하게 됐나요?

첫 커리어는 서비스 기획으로 시작했어요. 2000년대 초반 국내 대표 커뮤니티였던 <싸이월드>에서 서비스 기획을 담당했습니다. 시대의 흐름이 PC에서 모바일로 전환되면서 <싸이월드> 모바일 서비스까지 맡았다가 두번째 회사에서 신규 모바일 플랫폼 전환 프로젝트를 총괄한 다음 게임 쪽으로 오게 됐어요.

게임 회사에서도 처음에는 플랫폼 기획으로 시작했다가 선데이토즈(현 위메이드플레이)에서 본격적으로 퍼즐, SNG 장르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됐어요.

<위 베어 베어스 더 퍼즐>이라는 신작 프로젝트 회사에 제안하고 론칭, 운영까지 총괄했는데 반응이 괜찮았어요. 2018년 구글플레이 ‘올해를 빛낸 캐주얼게임 최우수상&인기상 2관왕을 달성했죠.

이때부터 자신감이 붙었어요. 사실 저조차도 서비스 기획으로 시작해 게임을 잘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많았는데 제가 설계하고 생각했던 게임이 시장에 충분히 통하는구나 확신을 가지기도 했고요. 성과가 잘 나와서 그런지 외부 투자 문의가 많이 왔고 창업에 대한 생각은 없었지만 좋은 경험이라고 판단해 창업까지 해보게 됐습니다.

<위 베어 베어스 더 퍼즐> 2018년 구글플레이 ‘올해를 빛낸 캐주얼게임 최우수상&인기상’

창업 당시 우리 팀이 잘하는 걸 해보자 해서 실시간 대전 퍼즐 게임을 만들었는데요. 순수 퍼즐 대전은 아니었고 퍼즐의 메카닉을 이용해 타워 디펜스를 하는 방식이었어요.

2년 정도 창업 경험을 가지고 글로벌 하이퍼 캐주얼 게임사인 111%에 합류, 실시간 오토배틀 3D 베이스 대전 게임인 <롤롤: 다이스 히어로즈>을 론칭하고 라이브 운영까지 진행한 뒤 새로운 도전을 위해 베이글코드에 오게 됐어요.

이전부터 캐주얼 게임을 워낙 좋아해서 시기별로 만들고 싶은 장르를 고민해요. 잠시 쉬면서 새로운 시장에 도전해 보고 싶었고 혼자서 구상까지만 해봤죠. 제가 생각한 설계를 베이글코드 대표님들께 말씀드렸더니 좋게 봐주셔서 함께하게 됐습니다.

<롤롤: 다이스 히어로즈>’

서비스 기획에서 게임업계로, 어려움은 없었나요?

처음 게임업계에 몸담았을 때는 많이 힘들었죠. 그래도 캐주얼 게임 장르를 워낙 좋아해서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성향 자체가 새로운 곳에 도전하는 걸 선호하기도 하고요.

모바일 플랫폼 서비스를 해왔기에 캐주얼 게임은 막연하게 자신 있었어요. 코어 한 게임을 만드는 건 아니었으니 그전에 해왔던 서비스 경험과 비슷할 거라는 기대감으로 도전할 수 있었죠.

직접 해보니 지금까지 일해왔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서비스를 성장시키기 위해 전략을 짜고 데이터를 분석해서 가설을 세우고, 계획을 잡고 적용하는 순환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요. 자신감이 붙었어요. 운이 좋게도 기존 경험과 저만의 논리 구조를 살려서 게임을 운영하니 계속해서 좋은 성과가 나온 거 같아요.

처음에 제가 그렸던 그림대로 안 됐으면 오히려 금방 떠났을 수도 있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났던 건지 처음부터 잘 통했다고 생각해요.

게임업계에 있다 보니 성향도 맞는 거 같아요. 일반 앱 서비스는 게임보다 훨씬 롱텀으로 키워서 유저를 확보하고 매출을 내야 하는 시스템이라면 게임은 사이클이 매우 빨라요. 곧바로 판단해서 적용하면 유저 반응이 바로 나오는 짧은 검증 기간이 오히려 저에게 잘 맞았어요. 그렇게 11년째 게임업계에 몸담고 있네요.

굉장히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방식으로 게임 개발에 접근하는 느낌이에요. DIG팀은 어떤 방식으로 일하나요?

팀이 생긴 지 그렇게 오래되진 않았어요. 제가 작년 12월에 합류하고 이후 기획자 두 분, TA, 개발자분이 차례로 들어오면서 올해 3월에 팀이 완성됐습니다. 적은 인원으로도 빠르게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던 건 저희 팀만의 유기적인 프로세스라고 생각해요.

DIG팀은 다른 스튜디오와 다르게 업무의 경계를 허물려고 해요. 기획자, TA 분들 모두 기본적인 개발이 가능한 분들이에요. 개발자분도 직접 빌드를 플레이하면서 UX/UI, 콘텐츠에 적극적으로 의견 주시고 있고요. 그래서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굉장히 줄었어요. 각자의 전문성은 존중하되 가장 효율적으로 일하고 있는 팀이라고 봐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유기적인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는 팀.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주실 수 있나요.

먼저 DIG팀이 어떤 자세로 게임을 개발하는지 먼저 설명하고 싶어요. 처음 베이글코드에 합류하고 다짐한 게 있어요.

‘이전 경험을 버리고 완전히 새롭게 다시 시작해보자’

제한적인 리소스에서 새로운 결과물을 내야 했기에 거기에 맞는 방법론을 찾아야 했어요. 그래서 4가지 단계로 원칙을 세우고 팀을 운영해 보기로 했죠.

  • 적은 인원으로 할 수 있는 게임의 스콥을 정하자.
  • 이 게임에서 내가 만들고자 하는 핵심 코어가 뭔지 정의하자
  • 정의들을 바탕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검증해 보자
  • 검증된 것들을 빠르게 개발 순환으로 만들어보자

다행히 역량 높은 팀원분들 덕분에 제 원칙을 실현할 수 있게 됐죠. 기획자 2분 모두 주니어 개발자 정도의 지식은 가지고 있기 때문에 AI 기술을 활용해 프로토타입을 구현할 수 있었어요.

문서만으로 검증하는 것보다 직접 해보니 확실히 구체화가 됐어요.

기획자가 직접 프로토타입을 만드니 진척도가 빨라지더라고요. 개발자가 없는 상황에서도 한 달 동안 플레이 순서도 바꿔보고 밸런싱도 바꿔보고 알림도 넣어보고 하니 더 나은 게임이 됐어요. 자체적으로 검증을 해보니 뭐가 부족하고 추가해야 하는지 확실히 보였어요.

원래는 기획자가 개발자에게 모든 걸 요청하는 형태지만 기획자가 직접 하니 개발자는 우선순위가 확실히 정해지더라고요. 팀 전체 효율도 대폭 올랐습니다.

예를 들어 시뮬레이터를 개발자가 만들면 업무에 병목이 생겨요. 단순 업무 때문에 더 중요한 일을 놓치게 되는 거죠. DIG팀은 데이터 검증하는 밸런싱, 프로토타입을 기획자가 구축해서 기본적인 1차 검증을 해요. 그리고 데이터까지 확인하죠. 앞단에서 훨씬 많은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결과물의 완성도가 높을수 밖에 없어요. 그만큼 일이 진행될수록 확신도 생기구요,

이런 방식들이 이제는 자연스럽게 DIG만의 팀 문화로 자리 잡았어요.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는 동시에 업무의 교집합이 넓은 팀이 된거죠.

AI 기술 활용에도 적극적인 거 같아요

팀 세팅 초반에 AI 기술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사실 기획자분들이 프로토타입, 시뮬레이터를 제작할 때 코드 부분은 대부분 AI를 활용했죠.

더 나아가 다음 스텝으로는 AI 활용에 최적화된 장르를 논의 중인데요.

사실 가장 첫 번째로 AI 기술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장르를 고민했어요. 데이터&AI팀은 AI 기술 도입을 지원하고 이에 필요한 전략을 수립하는 동시에 사업화를 검토하고 역할을 하는데요. 저희 팀과 긴밀하게 AI 활용을 극대화한 게임을 준비하고 있어요.

지금 개발 중인 파밍 장르로 생각해 봐도 피처를 조금만 덜어내면 충분히 AI 기술로 게임을 만들 수 있다고 봐요. 아직 기획 단계지만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뽑아낼 수 있는 점을 활용할 수 있는 ‘키우기 게임’을 계획 중입니다.

다양한 시도를 하는 팀인 거 같아요. 앞으로 어떤 팀으로 이끌고 싶으신가요?

우리는 변화가 없는 시장에 현재의 트렌드를 적용하는 팀이에요. 완전한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팀은 아니고요. 기존에 검증된 것들에서 새로운 게임성을 발굴해 내는 것. 발명이 아닌 다른 시각으로 새로운 발견을 하는 게 저희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핵심 코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빠르고 완성도 있게 다작하는’ 조직으로 나아가고 싶어요. 인원이 더 늘어난다고 해서 한 가지 게임에 집중하는 게 아니고 소규모 팀으로 나뉘어 지속적으로 익숙한 장르에서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 내는 스튜디오로 나아가려고 해요. 자체적으로 쌓은 자산들이 또 새로운 꽃을 피우는 데 도움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예전 회사에서 스튜디오를 총괄했는데 당시에 저 말고는 10명 정도 주니어 팀원들로만 구성된 팀이었어요. 좋은 성과를 냈고 모든 분들이 크게 성장에서 지금은 더 넓은 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계십니다.

팀으로 하나의 게임의 성공을 만든 경험이 팀원들의 커리어, 인생에 기여하는 걸 보니 그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더라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함께 성장했던 기억들이 제가 계속해서 게임을 만들어 온 원동력이었던 거 같아요.

아직 베이글코드는 캐주얼게임을 도전하는 회사에요. 제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판단해 합류했고, 잘 따라와 주고 있는 팀원들에게 고맙고 다시 한번 개인으로서, 팀으로서, 회사로서 좋은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요.